▲ 화려했던 선수 시절 만큼 굴곡 많은 사연을 지닌 프로농구 스타 정은순. 여자프로농구 출범 ‘10년 올스타전’ 하루 전인 4일 그를 찾아가 솔직하고 대담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지난 5일 부천체육관에서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여자프로농구 출범 10주년을 기념해 ‘10년 올스타전’을 마련했다. 특히 이 경기에서 관심을 모은 부분은 10주년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정은순(6159표)이다. 90년대 여자 농구계를 이끌며 ‘왕눈이’란 별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정은순이 현역 선수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
이에 대해 정은순은 ‘가문의 영광’이라면서 반색했고 올스타전을 위해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며 열심히 운동 중이었다. 2003년 은퇴한 뒤 은퇴 번복과 선수로의 복귀 시도, 2005년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의 병간호 등 많은 사연을 가진 정은순. 그를 둘러싼 농구계의 ‘카더라’ 소문이 하도 많아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날 용인 정은순의 집을 찾았다.
월 수입이 1000만 원?
정은순은 현재 용인의 집 부근에서 ‘키 크는 정은순의 농구 교실’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농구계에는 정은순의 농구 교실이 흥행 대박을 이뤘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심지어 ‘정은순의 수입이 선수 때보다 훨씬 많다. 연간 수입이 1억 원이 넘는다’란 얘기가 나돌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정은순은 “액수를 밝히긴 곤란하지만 수입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대답했다.
“처음에 농구교실을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어떻게 정은순이란 사람이 농구교실을 운영할 수 있느냐’며 관심조차 두지 않았어요. 그러다 아는 분의 권유로 발을 들여놓게 됐는데 직장인들처럼 얽매이지 않고 가사를 병행하면서 일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더라고요. 수입도 좋은 편이고 입소문이 많이 나서 아이들 모으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정은순은 운동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여유롭고 행복하다며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돈 때문에 선수 생활 연장?
정은순은 2003년 구단의 강요에 의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은퇴를 하게 된다. 그러나 워낙 선수 생활에 대해 미련이 많았던 그는 은퇴 기자회견에서 “선수로 복귀하고 싶다”고 말해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농구계에선 정은순이 은퇴를 번복하는 가장 큰 이유로 ‘돈 때문’이라는 말들이 많았다.
“솔직히 말해서 선수가 돈을 벌려고 하는 거지, 단순히 운동이 좋아서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현역으로 뛰고 있는 나이 많은 선수들 중에서 ‘돈 벌려고 운동하느냐’라고 물으면 ‘아니다’라고 말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을 거예요. 그만큼 수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요. 그래도 대놓고 돈 때문에 운동한다고 말하면 듣기 거북했어요.”
정은순은 돈을 더 벌고 싶었고 선수 생활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아이를 낳고도 복귀를 꿈꿨다고 한다. 2003년 11월에는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전 삼성생명 유수종 감독의 ‘러브콜’로 중국에서 용병 선수로 뛴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었다.
“진짜 가려고 했어요. 유수종 감독님이 강력하게 오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마음이 딱 잡히지 않고 불안감이 커져서 생애 처음으로 역술인을 찾아갔었어요. 그 역술인 하는 말이 중국에 가면 나도 선생님도 서로 힘들어진다고 하는 거예요. 차라리 아이를 한 명 더 낳는 게 나을 것이라는 소리에 그냥 주저앉았는데 제가 안 가길 백 번 잘 한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저 대신 뽑은 용병이 그 시즌에 전체 선수들 중 리바운드 1위를 기록했거든요.”
▲ 삼성생명 시절 정은순 선수. | ||
최근 농구인들을 만날 때마다 나온 얘기 중에서 정은순의 남편이 아직도 뇌출혈로 힘들게 투병 중이라는 소리가 많았다. 남편의 근황에 대해 묻자, 정은순은 기다렸다는 듯이 남편의 상황을 설명했다.
“2005년 뇌출혈로 쓰러진 건 맞는데요, 당시 수술을 할 뻔하다가 다행히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만 받다가 6개월 후 퇴원해선 피나는 재활 끝에 지금은 거의 정상인처럼 생활하고 있어요. 재활하면서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회사에 다닐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됐거든요. 투병 중이란 소문은 와전된 것 같고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
정은순은 처음 남편이 쓰러졌을 때는 눈물밖에 나지 않았지만 안정을 찾은 이후엔 ‘앞으로 뭐 먹고 살지’하는 걱정에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 재활에 성공해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재발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