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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경기도 용인 KCC 농구단 훈련 도중 만난 서장훈 선수.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정지원(정): 지난 13일이었죠?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추승균의 극적인 역전 3점슛 승리 이후 눈물을 닦는 것을 봤는데요. 왜 눈물을 보였나요?
서장훈(서): 저는 좀 황당했어요. 서장훈이 삼성을 이겨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말까지 나오던데 사실 그렇지가 않아요. 그날 추승균의 위닝샷에 기뻐 하프라인까지 가서 제일 먼저 안아줬어요. 그런데 제 반대편에서 제이슨도 추승균을 안아주려다 손가락으로 제 눈을 찔렀어요. 그래서 안약을 넣고 수건으로 닦았는데 제가 승리에 감격해 울었다고 오해를 하니 어이가 없고 난감하더라고요.
정: 종종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는데 여기에 대한 비난과 옹호의 여론이 분명히 존재하죠. 본인의 입장은 어떤가요?
서: 어느 스포츠든 심판이 있는 경기에서 오심은 나올 수 있다고 봐요. 또 선수와 심판 간의 트러블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경기의 일부분이죠. KBL 심판의 자질이나 판정도 점점 향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20년 넘게 농구를 했는데 그런 부분을 왜 모르겠어요. 하지만 감정적으로 판정하는 부분이 문제가 되는 거죠. 이 판정이 실수인지 고의인지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거든요.
정: 심판들의 판정에 사적인 감정이 내포돼 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죠?
서: 심판들도 사람이니까 경기를 하다 강한 항의가 나오면 감정이 상하겠죠. 자꾸 반복되다 보면 상한 감정이 점점 커져 냉정을 잃게 되고요. 선수들도 느낄 수 있거든요. 저도 감정 실린 판정을 자꾸 받다보면 더 강한 불만을 표출하게 되고 농구팬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죠.
심판 판정에 대해서 서장훈은 논문 한두 편은 족히 나올 정도로 많은 얘기들을 쏟아냈다. 어지간히 쌓인 게 많은 모양이다. 결론은 규칙대로 하자는 얘기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해야 하며 거기에는 자신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잘라 말했다.
정: 서장훈 선수는 본인의 이미지가 무척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은데요?
서: 물론이죠.(웃음) 하지만 이제 다 초월했어요. 프로에 입문해서 언제부턴가 저는 악역이 됐어요. 힘세고 나쁜 거인의 이미지죠. 이를테면 한 선한 주인공이 저를 물리치면 남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저도 사람인데 이런 현실이 얼마나 괴롭겠어요. 저에게 안티 팬들이 많다는 건 제가 더 잘 알고 있죠. 하도 오랫동안 겪어서 이젠 좀 무감각해졌어요. 최근에는 안티 팬들마저 그만하자는 동정론까지 일고 있어요.(씁쓸한 웃음)
정: 올해는 특히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에도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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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장훈은 지난해보다 동일한 경기 수 대비 골밑 공격 시도가(289:350) 훨씬 많아졌으며 3점슛 시도(98:85)는 눈에 띄게 줄었다. 평균 리바운드(4.7:7.0)가 급등했고 골밑 수비를 상징하는 블록슛(5:16) 역시 마찬가지다.
정: 서장훈이 느낀 허재 감독은 어떤 인물인가요?
서: 허 감독님은 제가 어릴 때 함께 뛰어도 보고 많이 겪어서 잘 알고 있었어요. 감독님도 팀을 맡고 나서 이런 저런 신경을 많이 쓰시죠. 원래 감독이라는 자리가 자기 관리를 잘 해야 되잖아요? 원래 허 감독님은 잘 아시다시피 남자다운 성격이고 선수들을 많이 믿어주는 편이죠. 그런 점에서 저는 무척 고맙게 생각해요.
정: 지난 겨울 선배 이상민과의 맞트레이드 과정에서 잡음도 많이 있었는데 뭘 느꼈나요?
서: ‘이상민이 삼성 가고 서장훈이 KCC 오고’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고요. 왜 우리의 트레이드가 KBL의 핵심 이슈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37세와 35세. 이미 전성기를 한참 넘긴 선수들에게 너무나 지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가요. 그렇게도 KBL에 화제가 없나요? 만일 농구대잔치 세대로 일컬어지는 우리들이 사라지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정: 하승진이 내년부터 국내무대에 합류하는데 그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서: 예전(농구대잔치 시절)같았으면 나라 전체가 떠들썩했을 거예요. 우리 농구계에 그 정도의 체격을 가진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봐요. 하승진의 신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히 볼 수 없는 대단한 높이거든요. 위력적인 체격 조건은 분명하지만 중요한 건 하승진 본인에게 달려 있어요. 각고의 노력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독기가 있다면 엄청난 파워를 발휘할 겁니다.
정: 최근 이상민 선수와 관계는 어떤가요?
서: 달라질 게 뭐가 있나요? 하지만 상민 형을 대하는데 있어서 더 조심스러워진 것은 사실이죠. 트레이드 과정에서 저보다는 형이 더 힘들었잖아요? 사실 지금은 상민 형 얘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탁월한 체격의 서장훈은 그동안 공공의 표적이 돼서 억울한 피해와 무수한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서장훈의 모습은 진정한 국보의 모습이 아니다. 서장훈의 남은 농구 인생은 손상된 국보를 다시 완벽하게 복원하는 시간들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엑스포츠 아나운서 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