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승진이 KBL에 도전장을 던졌다. 자신의 약점인 체력과 스피드를 보완해 멋진 게임을 보여줄 각오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정지원(정): 이번 드래프트에서 유독 하승진에게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하승진(하): (웃음) 솔직히 제 기량보다는 체격조건의 희소성 때문이라고 봅니다.
정: 정확한 신장과 체중을 말해줘요.
하: 키는 정확히 221.6㎝고요 체중은 150㎏이에요.
정: 미 프로농구 포틀랜드에서 2년을 경험했는데 성공하지 못한 원인은 뭔가요?
하: 일단 준비가 안됐던 것 같아요. 제가 중1 때 농구를 시작했는데 대퇴부 골절로 2, 3학년을 모두 쉬었거든요. 결국 고1 때 다시 공을 잡았고, 경력 4년 만에 세계 최고의 무대에 나갔으니 실패가 당연했겠죠.
정: 미국 진출에서 얻은 점은 뭔가요?
하: NBA 무대에서 수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했고요. 대한민국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체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일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다면 나태해져 곧 추락했을 거예요. 하지만 실패의 쓴맛을 봤기 때문에 제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게 됐죠.
정: 내년 시즌부터 KBL에서 뛰게 될 텐데 가장 겨루고 싶은 상대는 누구인가요?
하: 서장훈, 김주성, 양희종 선수요. 장훈 형과 주성 형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센터들이니까 멋지게 맞붙고 싶어요. 희종 형은 포지션은 다르지만 골밑 돌파를 시도할 때 제가 멋지게 블록슛을 해서 무안을 주고 싶기도 하고요(웃음).
하: 많이 생각해 놓았죠. 일단 장훈 형은 제가 키가 더 크니까 외곽슛을 많이 던질 것 같아요. 장훈 형은 내외곽 플레이에 다 능하기 때문에 외곽슛 수비를 철저히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주성 형은 많이 뛰고 빠르기 때문에 제가 체력과 스피드에서 뒤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공격할 때는 주성 형의 위력적인 블록슛을 슛 페이크로 무력화시킬 작정이에요.
정: 외국인 선수들이 주로 하승진을 막을 것 같은데 현 KBL 선수 가운데 가장 상대하기 어려워 보이는 외국인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해요?
하: 포워드 스타일인 안양 KT&G의 챈들러 선수요. 골밑에서 지키면 밖에서 던지고 돌파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저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저 같은 정통 센터는 이런 스타일의 선수들을 만나면 더 까다롭게 느껴지죠.
정: KBL에 도전하면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은 뭐라고 보나요?
하: 체력과 스피드가 부족해요. 하지만 농구 코트는 축구와 다르기 때문에 한정된 공간이잖아요? 체력을 보완하면 스피드는 동반 상승을 하죠. 경기 내내 뛸 수 있는 체력과 센터가 갖춰야 할 스피드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해요. 또 저는 주로 덩크슛과 훅슛을 사용하는데 상대를 마주 보고 던지는 점프슛을 개발하려고 해요. 마주 보고 공격하면 상대를 좌우로 흔들 수 있는 장점이 생기거든요. 최근 상대 수비를 혼란시킬 수 있는 점프슛을 연마하는 중이에요.
정: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가장 호흡이 좋았던 가드는 누구인가요?
하: 오리온스의 김승현 형이요. 대표팀에서 함께 뛰어보니까 정말 제 입맛에 꼭 맞는 패스를 해주더라고요. 승현 형 패스는 타이밍도 절묘하고 받자마자 바로 득점할 수 있게끔 해주는 매력이 있어요.
정: 결혼 계획이 있나요? 있다면 이상형은 어떤 여성인가요?
하: 아직 없지만 서른 살 전에는 하고 싶어요. 원하는 여성상은 영화배우 신은경 씨 같은 시원시원한 스타일이에요. 신장은 적어도 170cm 이상은 돼야 그나마 저랑 어울리겠죠?
정: 첫 월급 타면 그 돈으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뭘까요?
정: 다시 NBA에 도전할 계획이 있나요?
하: 물론이죠. 제가 KBL에서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한 1년 정도 지켜보고 다시 도전할 시점을 잡을 거예요.
정: 왜 그렇게 미국 진출에 애착이 있죠?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하: NBA 무대에서 성공해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건 아니고요. 세계에 저를 알리는 게 목표죠. 중국의 야오밍은 다 알아도 중국 국가주석이 누군지는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야오밍처럼 세계적인 스타가 돼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세계적인 체격의 소유자 하승진은 한국농구가 하늘에서 내려받은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아권에서도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던 한국 농구가 하승진의 등장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KBL 어느 팀이든 하승진이 합류할 경우 단번에 우승후보로 분류될 것이다. 물론 하승진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가 전제되어야 한다. 과연 어느 팀이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을 누리게 될까. 얼마 후면 모든 것이 판가름 난다.
엑스포츠 아나운서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