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MJ 대세론
소문은 이렇다. 새 정권의 중심부로 들어선 MJ가 대한체육회장을 거쳐 IOC로 진출한다는 것이다. 42세였던 1993년부터 대한축구협회를 이끌며 2002한일월드컵 개최와 한국축구의 선진화를 이끈 정몽준이 스포츠에 대한 전문성, 해외인지도, 정치력, 어학실력 등 개인적인 자질과 정치적 배경, 재력 등 한국의 체육 대통령으로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인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이 이미 연임은 없다고 선언한 상태이고, 한 때 3명의 IOC위원을 보유한 한국의 스포츠외교력은 달랑 이건희 삼성회장만 남겨둔 채 마땅한 대안 없이 땅바닥을 기고 있다. 또 정몽준 회장은 2009년 초로 예정된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는 2005년 4선에 성공하면서 공언했으며 2008년 신년사에서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MJ의 한 측근은 “대한체육회장과 IOC위원에 대한 최근 소문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특사를 다녀오는 등 축구협회나 정치적으로 일정이 바쁘다.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시기가 너무 이르다”고 귀띔했다.
정몽준 회장이 IOC 위원이 되는 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국제스포츠단체에 할당된 자리를 얻는 것이다. 정 회장은 현 FIFA(국제축구연맹) 부회장이다. 특히 FIFA 내에서도 올림픽조직위원장을 맡아 영향력이 막강하다. FIFA는 IOC 산하 26개 하계올림픽 종목 중에서도 차지하는 위상이 가장 크다. 따라서 FIFA회장은 사실상 당연직 IOC 위원이다. IOC 규정상으로는 회장뿐 아니라 집행부 멤버도 IOC위원이 될 수 있다. FIFA 회장이 되거나 블래터 FIFA 회장으로부터 IOC위원 자리를 양보 받는 식으로 IOC에 입회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NOC 즉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대한체육회장이 겸임)을 통한 방법이다. 한 국가의 체육계를 대표하는 NOC 수장은 각종 IOC 활동에 참석하게 돼 정식 멤버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IOC 위원뿐 아니라 한 국가의 체육 전반을 통솔한다는 점에서는 실질적인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MJ에게 유력한 길은 두 번째다. FIFA 수장이 되거나, 블래터에게 IOC위원 자리를 양도받는 것보다는 주인 없는 배가 된 한국 체육계의 수장이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수월하고 확실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정치인으로 대한체육회를 맡는 것이 지명도, 언론노출 등에서 크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5선 국회의원인 정몽준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은 물론이고, 80년대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기도 해 대한체육회 내부 사정에 밝다. 또 아직까지는 대한체육회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MJ 체육회장설’에 힘을 더하고 있다.
WHEN? - 문제는 시기
대한축구협회와 대한체육회장의 임기는 모두 2008년으로 끝난다. 새 회장 선출은 2009년 초로 잡혀 있다.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0년 만에 정권을 장악한 보수진영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인물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유독 정치인 출신 경기단체장이 많았고 이들 정치인 회장들은 대부분 친여권이었다. 정략적으로 대한태권도협회장을 거쳐 대한체육회장이 된 김정길 회장을 필두로, 대한농구협회의 이종걸 회장, 대한배구협회의 장영달 회장, 대한핸드볼협회의 조일현 회장, 대한사이클연맹의 임인배 회장, 대한택견협회의 정장선 회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프로스포츠 단체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김혁규 한국배구연맹 총재,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 김영수 한국농구연맹 회장 등이 정치색이 짙다. 종목별로 다르지만 여자농구 등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 종목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워 이들 ‘친여 단체장’에 대한 교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의 분위기 등에 따라 바통터치가 1년 빨리 단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MJ의 대한체육회 입성과 관련해서는 특히 김정길 회장의 4월 총선 출마 등 정치적 행보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김 회장 측의 부인과는 상관없이 김정길 회장은 이미 각종 언론보도에서 부산 영도구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유력후보로 꼽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 김 회장의 부산 방문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고 영도 지역구 조직의 움직임도 감지된다는 보고도 있다. 8월 베이징올림픽이 있지만 정권교체와 함께 대한체육회를 놓고 새출발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황에 대해 김 회장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황보성 대한체육회장 비서실장은 “회장님의 4월 총선 출마에 관한 많은 소문을 접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언론보도는 이전 정치 경력을 참조한 추측일 뿐이다. 현재 총선 출마는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 올림픽 등 남은 임기 1년을 잘 마친다는 생각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2008년 2월일지, 아니면 1년 뒤가 될지가 관심거리다. 전문가들은 한국 체육대통령과 IOC위원은 정 회장이 최종적으로 꿈꾸는 ‘대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