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흥국생명의 황현주 감독과 김상우 해설위원이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 ‘갑자기’ 김연경이 나타났다. 김 위원의 도착을 전혀 알지 못했던 김연경이 후다닥 그 자리를 피해 도망가서는 한참 후에 다시 들어왔다. 이유는 얼마 전에 퍼머한 머리 때문이다. 처음의 헤어스타일이 말 그대로 ‘자다 부스스’인 상태로 감독을 만나러 왔다가 김 위원을 보고 황급히 도망쳤던 것.
김상우(상): 헤어스타일 괜찮구먼 뭐. 그렇게 도망 갈 필요까지 없잖아.
김연경(연): 어휴, 선배님! 저도 여자라구요. 아깐 정말 아무 생각없이 나왔다가 선배님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오전에 방문한 ‘미녀군단’ 숙소…. 선수들의 ‘쌩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무리 자다 일어난 얼굴이라고 해도 그녀들은 여전히 예뻤다! 고 말해야 할 듯^^)
상: 프로 첫 해 5관왕을 이룬 선수라면 2년차나 3년차 때는 슬럼프가 오기 마련이야. 그런데 연경이한테는 그런 조짐을 느낄 수가 없어 신기할 정도야.
연: 지난해 무릎수술을 받고 페이스가 떨어질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술하고 나서 더 몸이 좋아진 것 같아요.
상: 올 시즌도 여전히 ‘김연경의 전성시대’잖아. 어느 팀, 어느 선수도 연경이를 막지 못하고 있어. 이쯤되면 재미없어질 법도 한데….
연: 앞으론 절 막는 팀이나 선수들이 많아질 거예요. 선수가 완전할 수는 없잖아요. 저한테도 분명 단점이 있고, 그걸 상대 선수들이 파악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제 공격이나 블로킹이 먹히지 않을 때도 있는 거죠.
상: 흥국생명이 너무 잘나가니까 여자 배구가 재미없어진다는 얘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연: 그 점에 대해선 선배님이 더 잘 아실 것 같은데요? 선배님도 삼성화재 시절, 욕 많이 먹었잖아요.
상: 이기고서도 우울했던 시절이 있었지.
연: 그런데 아직 전 우울하진 않아요. 이길수록 더욱 신나고 재밌어요. 아쉬운 부분이라면 GS칼텍스가 조금 더 올라오면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을 텐데…, 하는 점이에요.
상: 연경이는 국내 여자 배구 선수들 중 유일하게 해외 진출시 성공할 수 있는 케이스로 꼽혀. 실제로 외국에서도 연경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도 있다고 들었는데.
연: 가고 싶죠. 하지만 팀과 5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2년을 더 뛰어야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거든요. 그 안에는 팀의 허락 없이 불가능해요.
상: 지금처럼 꾸준한 모습을 보인다면 2년 후에도 크게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연: 변수가 너무 많잖아요. 무릎, 어깨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구요. 어디가 완전 고장나서 더 이상 뛸 수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경험상 일찍 갔다 오는 게 좋겠다 싶지만 어디 제 맘대로 되는 건가요. 그게?
상: 와, 김연경이 해외진출하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손뼉치며 기뻐할 선수 여럿 되겠다.
연: 실제로 친하게 지내는 한송이, 한유미 언니는 제발 외국으로 나가달라고 부탁을 해요. 저 때문에 배구하는 게 재미없어진대요. 진짜 그럴까요?
연: 많았죠. 일일이 이름은 거론할 수 없지만 제게 뭐라 하는 언니들 많았어요.
상: 이니셜만 대봐. 절대 비밀로 할 테니까(웃음).
연: K 선수? 아! 거기까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는데 이전엔 아주 심하게 절 못마땅해 하셨어요. 오해 방지 차원에서 말씀드리는데 우리 팀은 아니에요.
(인터뷰를 하고 있던 휴게실 안으로 브라질 용병 마리 헬렘이 들어왔다. 자신보다 네 살 더 많은 선수에게 김연경은 한국어로 이렇게 의사소통한다. “엄마 봤어? 밥은? 라면 먹어?” 브라질어를 배우기보단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더 쉽다는 김연경만의 노하우(?)였다)
상: 이전 시상식 때 남자 배구 선수 중에서 이선규(현대캐피탈)가 최고로 멋지다고 말한 적이 있었잖아. 지금도 그 마음 변치 않는 거야?
연: 이선규 오빠는 아무리 봐도 멋있어요. 특히 웃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런데 여자친구 있으시다면서요? 그래도 뭐 저랑 어떻게 될 것도 아닌데 멋있는 분으로 남겨 둘래요.
상: 좀 전에 장광균(대한항공)도 괜찮다고 했잖아!
연: 그 분은 플레이 스타일로만(우흡^^).
상: 190㎝의 키에 걸맞은 남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겠다.
연: 그게 저의 딜레마죠. 착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다 괜찮아, 그런데 키가 177㎝면 애랑 다니는 기분이 들거든요. 지금까지 177㎝가 커트라인이었어요.
상: 남자 친구를 사귀어봤다는 소리네.
연: 지금은 진짜 없어요. 사귀자고 하는 사람은 있는데 무서워서(?) 못 만나겠어요. 만약 남친이 있는데 게임을 못하면 주위에선 곧장 남친 때문에 경기에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하거든요. (황)연주 언니 <일요신문>이랑 방송에서 남친 있다고 밝혔다가 뒤끝이 별로 안 좋았어요. 그런 거 보면 솔직히 자신 없어요.
김연경은 남자를 만날 때 사랑보다 이별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남자보단 기쁨 충만, 행복만땅의 포만감을 김연경에게 안겨줄 ‘남친’이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190㎝ 이상의 키만으로도 공통분모를 형성하는 김 위원과 김연경의 모습이 마치 다정한 오누이같아 보인다. 아니 삼촌과 조카인가?^^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정리=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