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여자 이경수’로 불릴 만큼 테크닉과 파워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민지는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초대형급 예비 스타로 인정받으며 성인 무대에서의 화려한 신고식을 예고했다. 그러나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곧장 수술대에 올랐고 힘든 재활 끝에 1년 만에 코트에 복귀한 뒤 자신의 존재성을 널리 알리면서 GS칼텍스의 ‘얼굴’로 자리매김을 했다.
보면 볼수록 색다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는 김민지. 수줍음을 감추지 못하는 미소와 그 순수한 면면에 김 위원의 ‘강추’ 배경을 헤아릴 수 있게 됐다.
김상우(상): 내가 민지 팬인 거 아니?
김민지(민): 제가 선배님 팬인 걸요. 하여튼 고맙습니다. 제 팬이 돼 주셔서(웃음).
상: 민지는 얼굴은 예쁜데 플레이 스타일은 완전 ‘남자과’야. 파워풀하고 군더더기 없는 스파이크는 국내 선수들 중 최고라고 보는데 어때?
민: 과한 칭찬이세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중이구요, 팀의 간판 선수답게 몸값 밥값 제대로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상: 팀의 간판 스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워?
민: GS칼텍스 입단했을 때부터 부담스러웠어요. 입단 초기에는 드래프트 앞두고 부상을 당해 팀에 면목이 안 섰어요. 당시 최고의 몸값(1억 5000만 원)을 받고 성인 무대에 진출한 탓에 ‘가문의 영광’이라며 기뻐해야 했지만 오히려 그 돈이 제 어깨에 놓인 짐처럼 느껴졌으니까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팀의 ‘얼굴’답게 좋은 플레이도 선보이고 좋은 성적을 내려는 마음만 앞서고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을 때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아요.
상: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그럼 자기만 손해야. 털어 버릴 건 털어내고 가면서 자신을 보호해야 선수 생활을 오래할 수 있어. 시즌 전까지만 해도 GS칼텍스는 강력한 우승 후보팀이었어. 그런데 현재 흥국생명과 KT&G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예상이 빗나간 가장 큰 이유가 뭘까.
민: 정대영, 이숙자 언니가 FA 선수로 팀에 합류했잖아요. 선수가 보강되면서 팀 전력도 급상승할 거란 기대는 선수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대표팀 차출과 (정)대영 언니의 맹장 수술 등 기존 선수들과 새로 합류한 선배들이 손발을 맞춰 볼 시간이 절대 부족했어요. 보통 1~2년은 함께 뛰어야 눈빛만으로도 사인을 주고 받는데 대영 언니와 숙자 언니에게 그런 걸 기대하기란 아직 무리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두 언니들과의 호흡이 잘 맞아 떨어질 거예요.
상: 흔히 김민지하면 이름 앞에 ‘여자 이경수’란 수식어가 붙잖아. 어때? 그런 표현이 맘에 들어?
민: 솔직히 크게 좋지는 않아요. 너무 힘 좋은 선수로만 보는 것 같아서 기분 별로예요.
상: 이희완 감독님이 위암 수술받고 얼마 전에 퇴원하셨는데 선수들 입장에선 감독님의 수술이 ‘내 탓이요’하면서 자책하는 분위기였을 것 같아.
민: 처음엔 위궤양인 줄로만 알고 있다가 갑자기 위암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선수들 입장에선 당연히 죄송스러울 따름이죠. 성적이 좋았다면, 선수들이 좀 더 열심히 했다면, 감독님께서 그렇게 되진 않으셨을 텐데…. 감독님께 보답하는 길은 성적밖에 없어요. 그 부분은 모든 선수들이 공감하는 부분이구요.
상: 분위기를 바꿔 볼까? 재미있는 질문이 있는데 남자 배구 선수들 중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를 꼽는다면 누가 될까?
민: 팀마다 한 명씩 있는데요, 삼성화재에선 신선호 선수, 대한항공은 김학민 선수, 그리고 LIG에선 용병 팔라스카가 아주 멋있어 보여요. 현대캐피탈은 소문에 의하면 ‘병’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해서 별로 관심 없어요.
상: 병이라니 무슨 말이야?
민: ‘왕자병’이요. ㅋㅋ 잘생긴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 오해를 받는 것 같아요.
김민지는 ‘배구선수로 산다는 것을 다섯 글자로 말하기’란 질문에서 ‘노력과 경쟁’이란 의미 있는 대답으로 김상우 위원의 찬사를 받았다^^. 지금까지 만난 남자 친구가 딱 두 명이었고 남자 탤런트 중에선 공유의 왕팬이라고 말하면서도 GS칼텍스가 우승하는 게 사생활을 포기할 수 있을 만큼 배구 인생의 절박한 목표이자 소원이라고 강조했다.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정리=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