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르다. 물론 머리가 똑똑한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런 쪽과는 인연이 없다. IQ도 별로 안 좋았을 것이다.
―바둑 기사들은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에 대해선?
▲그 역시 개인 차다.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여자 유창혁’이란 별명도 있었다?
▲공격 성향이 강한 기풍 때문이다. 지금은 이세돌 9단처럼 실리적인 바둑을 두려고 한다.
―5년 연속 인기상을 수상했는데….
▲바가지 스타일의 머리 모양이 먹혔다는 얘기를 들었다(웃음).
―언제까지 바둑을 둘 것인가?
▲루이나이웨이처럼 40대 중반을 넘어서까지 활동하긴 힘들 것 같다. 서른 살까지만 집중적으로 하고 싶다. 그 이후엔 방송 해설에 도전할 계획이다.
―바둑 기사와의 교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쁘진 않다고 본다. 같은 직업을 갖고 있으니까 대화를 나눌 내용들이 많지 않겠나. 그러나 가끔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도 있다.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다고 하지 않았나(웃음).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한 수’를 꼽는다면?
▲아까 말한 대회다. 2002년 여자세계대회 호작배에서 윤영선 사범에게 결승에서 졌을 때. 그 후 너무 힘들어서 연구생도 아닌데 도장에 들어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둑만 끼고 살았다.
―수입이 어떻게 되나?
▲정확한 액수를 밝히긴 곤란하다. 괜찮게 버는 편이라고만 말하겠다. 그러나 주위엔 프로기사면서 1년엔 1000만 원의 수입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바둑계에도 어떤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참고로 이세돌 9단은 지난해 수입이 5억 9000여 만 원으로 랭킹 1위에 올랐고, 2위는 이창호 9단으로 3억 8000여 만 원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말하는 건가?
▲프로 기사가 좋은 직업으로 인식돼야 바둑을 배우려는 어린이들이 늘어나지 않겠나. 어린이들이 바둑에 관심을 가지려면 좀 더 재미있고 쉽게 바둑을 접근할 수 있게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바둑이 스포츠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징크스가 있다면?
▲징크스라고 하긴 그렇고, 가급적 대국 전에는 과식을 하지 않는 편이다. 음식 섭취량이 많으면 졸음이 쏟아질 때가 있다. 최장 7시간 동안 승부를 벌인 적이 있었는데 졸음 때문에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국내기전보다 세계대회에 더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이상하게 세계대회는 부담이 덜하다. 그러나 국내기전은 후배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오늘도 우승을 예상했던 대회에서 초단에게 덜미를 잡히지 않았나.
―만약 바둑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했을까?
▲나이상으론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알아볼 시기인데 내 머리로 대학 가긴 힘들었을 것 같다(웃음).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