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폐를 둘러싼 흉막 사이에 공기가 차는 ‘기흉’으로 인해 한때 선수생명이 위기에 놓이기도 했던 박철우(23·현대캐피탈). 고2 때 처음 발병한 이후 지금까지 수술만 4차례나 받았다. 올시즌을 앞두고 또 다시 수술대에 올랐던 그는 사람들의 선입견과 근심들을 털어내려는 듯 2라운드부터 조기 투입되며 용병이 없었던 현대의 공격 전사로 맹활약을 펼쳤다. 현대캐피탈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앞두고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사연 많은 청년’ 박철우를 김상우 해설위원이 만났다.
김상우(김): 어느 해보다 유독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물론 수술한 상황을 떠올리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래도 철우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할 것 같은데.
박철우(박): 시즌 전에 아예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운동하는데 상당한 부담이 있었으니까요.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예상보다 일찍 코트에 들어갔는데 점프할 때나 뛸 때 숨이 차니까 좀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용병 없이 여기까지 온 부분은 만족스러워요. 이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니까요.
김: 다른 선수들과 달리 ‘병’을 안고 생활하는 게 보통 어렵지 않을 거야.
박: 집에선 기흉에 ‘기’ 자만 나와도 질색하세요. 그만큼 부모님께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더욱이 자꾸 그런 기사가 나오면 ‘박철우=배구선수’가 아니라 ‘박철우=환자’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거든요. 그런데 전 정말 괜찮아요. 아프다는 핑계로 잘 하면 본전이고 못 하면 핑계될 게 생기잖아요(웃음).
김: 수술을 네 번이나 받았는데 군대 면제는 안 되나?(웃음)
박: 기흉은 100번을 넘게 수술 받아도 군 면제랑은 상관없대요. 그래서 요즘 고민이에요. 차라리 빨리 군대를 갔다 올까 싶어서…. 지난 번에 상무 최삼환 감독님이 이런 ‘러브콜’을 보내시더라구요. “철우야, 이제 니 (상무) 올 때 안 됐나?”라고. 하하
김: 현대가 올시즌 용병 문제로 고달팠잖아. 선수들 입장에선 루니의 공백, 용병 부재의 어려움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박: 가끔은 루니가 요구한 대로 연봉을 올려줘서라도 붙잡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죠. 현재 로드리고가 합류해 있지만 제 실력을 발휘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러나 돌이켜보면 용병이 없어서 부대낀 점보다 용병이 없어서 선수들끼리 응집력이나 실력은 더 늘어난 것 같아요. 근데 형, 힘들긴 진짜 힘들더라구요(웃음).
김: 이건 정말 궁금했던 질문이야. 얼마 전에 농구 해설하는 신혜인과 열애설이 났던데 두 사람 사이에 대해 솔직히 말해줘. 방송용 멘트 말고.
▲ 신혜인. | ||
김: 한때 박철우가 삼성화재만 만나면 기를 못 핀다는 얘기가 있었어. 나중엔 그 얘길 여자친구와 결부시켰지만.
박: 정말 황당해요. 어떻게 그런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거죠? 만약 제가 혜인이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면 여자친구 앞이나 그 아버지 앞에서 더 좋은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거잖아요. 몸이 아파서 어쩌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뿐, 사적인 문제로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로 아마추어가 아니에요.
김: 그런 기사가 나온 다음 두 사람 사이가 어색해지진 않았어?
박: 사실 같이 다니면서 조금 예상은 했었어요.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우리 감독님(김호철 감독) 반응, 신치용 감독님 반응들이 기사화되면서 조금 마음이 아프긴 했어요. 둘이 사귀는 사이였다면 어색했겠지만 친구 사이라 서로 웃으면서 털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김: 어느 기사를 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커서 어머니랑 같이 목욕탕 다니는 게 힘들었다면서?
박: 일곱 살 때의 키가 유치원 선생님이랑 비슷했어요. 한 번은 어머님이 다섯 살이라고 나이를 속여서 절 데리고 여탕에 들어가시려다 제 키를 본 목욕탕 주인의 제지로 출입 금지를 당했어요. 그 후론 남탕에 다녔는데 줄곧 여탕만 다니다가 남탕에 들어가니까 너무 삭막한 거예요(웃음). 그 다음부터 목욕탕에 잘 안 갔어요. 재미(?)가 없어서 하하.
박철우는 중1 때 키가 182cm였고 중3 때부턴 197cm였다고 한다. 김요한, 문성민과 동갑내기인 박철우는 두 사람과 달리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현대에 입단한 덕분에 “배구 경험과 돈을 일찍 벌기 시작했다”며 활짝 웃는다. 올시즌 현대의 우승 가능성에 대해선 “현대가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땐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시즌엔 2위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시즌은 3위로 우승을 차지할 거라는 완벽한 시나리오가 짜 있다”고 말해 현대의 우승 가능성을 당연시했다.
인터뷰 후 배구공으로 하트 모양을 연출했는데 박철우는 아무 문제없다는 듯이 그 안에 턱 하니 들어가 앉는다. 멋지다, 박철우!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정리=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