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철 교수가 올림픽 남북 동시입장 등 굵직한 한국 스포츠사가 담긴 액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한국체육대학 본관 202호는 분주했다. 여기저기 집기와 도서들이 짐으로 꾸려지고 있었다. 퇴임 후 명예교수로 계속 강단에는 설 예정이지만 1976년 개교 때부터 지켜온 연구실을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체육대학의 설립에 참여한 이상철 교수는 76년 개교 이래 지금까지 교수 총장(1996~2000년) 등을 지내며 한체대의 산증인으로 살아왔다. 이 기간 한체대 학생이 한국의 동하계 올림픽메달의 3분의 1을 따낼 정도로 엘리트스포츠를 육성했다. 또 95년 동계 U대회, 97년 하계 U대회 단장을 거쳐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단장을 맡는 등 스포츠외교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현재도 대한체육회 고문을 비롯해 한곡스포츠산업경영학회 명예회장, 국제스포츠외교연구회 회장, 한국체육학회 부회장 등의 명함을 가지고 있다.
이상철 교수가 주목을 받는 것은 과거의 업적 때문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지원세력으로 꼽히는 ‘61회(고려대 61학번 모임)’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놓고 물었다. “대통령과는 얼마나 친하십니까?”하고.
이 교수는 웃음으로 직답을 피했다. 대신 “이명박 대통령은 확실하게 체육인이다. 본인 스스로 테니스 등 스포츠를 즐기고 관심이 아주 많다. 대한수영연맹회장으로 스포츠외교와 국내 체육행정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친 것도 유명하지 않은가. 아주 실용적인 사람으로 명예박사 학위 이런 거에 관심이 없는데 한국체육대학에서 명예 체육학박사(이학)를 받기도 했다. 아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체육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좋은 정책을 펼칠 것이다. 벌써 문화관광부가 문화체육관광부로 바뀌지 않았는가”라고 답했다. 단박에 대통령을 체육인으로 만들었으니 이쯤 되면 아주 친한 셈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공격적인 질문을 했다. “마침 친구가 대통령이 됐고, 당신은 정년을 맞았는데 새 정부에서 체육행정과 관련된 중책을 맡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이다.
이번에도 웃음이 먼저 나왔다. 부연 설명도 짧았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설치면 모양이 안 좋다. 대통령 주변에 좋은 체육인이 많다. 다 순리대로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중용될 것 같으냐고 연달아 물으니 “천신일 김정행 박상하 등 이미 언론에 다 보도됐다. 그리고 김운용 전 IOC 위원의 명예회복도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뭐든 중책을 맡지 않을까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
이상철 교수는 40년 체육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선수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개회식의 남북동시입장과 양궁의 김진호를 꼽았다. 북한선수단과 끊임없는 협상을 통해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시드니올림픽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당시 기분은 “마치 무아지경에서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김진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그의 집에 가느라 문경새재를 11번이나 넘고, 부친과 의형제를 맺었다고 한다. 고려대 경상대 등 라이벌 대학을 물리치고 한체대로 스카우트에 성공, 체육계를 놀라게 했다고 회상했다. 시대 운이 따르지 않아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김진호는 이후 한체대 교수가 됐고, 현재 교환교수로 외국에 나가 있다.
이상철 교수는 인터뷰 도중 후학들이 만들어준 ‘영원한 체육인, 이상철 교수의 40년 체육인생’이라는 동영상을 보며 살짝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정말이지 선수로, 학자로, 또 행정가로 후회 없는 체육 인생을 살았다. 정말이지 모두에게 감사한다. 집보다 더 편한 한체대를 떠나지만 더욱 열심히 여생을 살겠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662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