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동안 느낀 게 많습니다. 이렇게 다시 함께 훈련하게 돼 정말 기쁩니다.”(박태환)
“그래, 태환아. 잘 생각했다. 나도 네 생각뿐이었다.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려고 한다.”(노민상 감독)
수영국가대표팀은 2월 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근의 샤알람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박태환도 동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까닭에 다음날인 26일 저녁 비행기로 따로 출발했다. 박태환의 국가대표팀 합류에는 박태환 전담팀의 유운겸 감독과 김보상 웨이트트레이너, 엄태현 물리치료사가 함께했다.
26일 노민상 감독은 샤알람에서 온종일 수시로 시계를 들여다봤다. 이미 대한수영연맹으로부터 박태환의 합류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아시안게임 후 결별한 뒤 1년 2개월 만에 다시 함께 훈련하게 됐다는 것에 가슴이 뛴 것이다. 노 감독은 대표선수들의 첫날 훈련을 마친 뒤 일찌감치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비행기도 연착해 오랜 기다림 끝에 공항에서 밤 12시가 넘어 박태환을 만났고, 숙소로 데려오니 새벽 1시 20분이 됐다. 시간이 너무 늦은 데다 주위에 사람도 많은 까닭에 노 감독과 박태환은 안부를 묻는 수준에서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재결합 첫날을 마무리했다. 박태환을 다음날 오전까지 푹 쉬도록 조치한 노 감독은 오후에 드디어 박태환을 불러 일대일로 면담을 했다. 간단히 얘기하려고 했지만 2시간이 넘도록 대화가 계속됐다.
그러나 스피도의 손석배 팀장은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박태환 선수에게는 엄연히 전담팀의 유운겸 감독이 있다. 가장 직접적인 지도자는 유 감독님이다. 물론 노민상 감독님이 국가대표 감독님이고, 또 박태환 선수의 주종목인 자유형 장거리 전문인 까닭에 국가대표 선수로 지도를 받는 것은 맞다. 두 감독님이 있으니 언론에서 너무 노민상 감독과의 결합을 부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손 팀장은 결별과 재결합에 대해서도 색다른 해석을 내렸다. 외부에는 박태환이 결별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상황, 즉 정확하게는 노민상 감독의 국가대표팀 재직이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도하 아시안게임 후 박태환은 세계 정상 등극을 위해 노민상 감독과 함께 촌외 개인훈련을 하려고 했지만 노 감독이 다른 국가대표선수들도 책임져야 한다며 감독직 유지를 원했기에 어쩔 수 없이 결별하게 됐다는 것이다. 손 팀장에 따르면 박태환은 개인 훈련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훈련이 아닌 생활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 혼자 생활하다 보니 정신력이 약해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훈련 후 사생활까지도 관리하는 대표팀 단체생활을 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피도 측이 먼저 수영연맹에 대표팀 합류를 요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노민상 감독도 “직접 얘기를 들으니 태환이가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워낙 성품이 좋고, 성실한 까닭에 대표팀에서 금세 예전의 모습을 찾을 것이다. 문제없다”라고 설명했다. 박태환의 대표팀 합류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흐트러진 사생활을 정돈하기 위해서인 것만은 확실했다.
노민상 감독은 대표팀에 합류한 박태환에게 특별한 주문을 한 가지 더 했다.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지만 대표팀에서는 아직 어린 축에 속하기 때문에 스타의식을 버리고 솔선수범하라는 것이다. 먼저 훈련장에 나오고, 선배들의 수건도 챙기는 등 겸손한 자세를 보이라고 강조했다. 박태환도 당연하다며 이를 받아들였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 대표팀의 훈련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다고 한다.
지도자가 둘인데 문제가 안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노 감독은 “이제 박태환은 누구의 제자, 누구의 선수가 아니다. 온 국민의 성원을 받고 있는데 누가 주도적으로 가르치느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태환 전담팀 스태프와도 진지하고 성실하게 의견을 나눠가며 훈련 성과를 최대한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운겸 감독도 이 점에 100% 동의하고 있다.
한편 대표팀은 ‘아레나’의 후원을 받고, 박태환은 ‘스피도’ 소속인 문제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 스폰서가 없는 다른 선수들은 대표팀과 계약이 돼 있는 아레나 수영복을 입지만 스피도 본사에서 전용수용복까지 개발한 박태환은 계속 스피도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박태환은 3월 16일 귀국하면 태릉선수촌에 다시 입촌할 예정이다. 전담팀도 출퇴근하면서 박태환의 개인 관리를 도울 예정이다. 당연히 박태환은 향후 태릉선수촌 합숙훈련, 고지대 특별훈련 등 모든 스케줄을 대표팀과 함께할 예정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