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웬만해선 큰 소리 안내기로 유명한 신치용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에게 신망을 받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우승 다음 날인 지난 20일, 강남의 한 곱창집에서 은퇴한 제자 김상우 해설위원과 소주잔을 기울인 신 감독은 특유의 솔직 화법과 위트로 인터뷰를 직접 이끌어 나갔다.
김상우(김): 선생님, 정말 축하드려요. (신)진식이랑 제가 없어도 삼성이 잘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셨어요.
신치용(신): 시즌 전에 너희들 없어서 꼴찌할 거란 말 많이 들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더 자극을 많이 줬어. 남들이 그런 말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인정하는 셈이 된다고. 감독이라면 ‘누구 때문에’ 우승 못했다는 말을 들으면 안 되는 거잖아.
김: 언제쯤 1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셨나요? 시즌 중 언제쯤이죠?
신: 서울에서 중립 라운드 벌일 때쯤? 현대에 연승을 거두고, 3 대 2로 이기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자신이 생겼지. 당시 우리 단장님께 ‘꼴찌 말고 반타작은 할 수 있으니 염려하지 마시라’고 말씀 드린 기억이 나네. 대한항공과 LIG를 상대로 반타작은 자신 있었고 현대는 좀 아리송했고.
김: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님과는 여러 면에서 비교가 돼요. 많이 비슷하시기도 하고 많이 다르기도 하세요.
신: 난 그 사람에 대해 신경 안 써. 흔히 우리를 라이벌 운운하는데 난 김 감독을 라이벌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어. 한 가지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게 있는데 나랑 김 감독은 친구가 아니야. 그냥 전우(군대동기)사이일 뿐이라고. 언론에서도 더 이상 친구 운운 안 해줬으면 좋겠어.
김: 선생님, 흔히 기자들은 선생님에 대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평가해요. 우리가(선수가) 보기엔 안 그런 부분도 있지만 말이죠(웃음).
신: 겉으론 차갑지만 속까지 차갑진 않아. 속까지 차가워서 어떻게 선수들을 끌고 가겠어. 딸 아이가 그런 얘길 하더라고. 친구들이 ‘너희 아빠는 집에서도 그렇게 인상 쓰고 있느냐’고. 집이랑 코트랑은 완전 다르지.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어.
김: 별명이 ‘코트의 제갈공명’이세요.
신: 그건 ‘뻥’이고(웃음).
김: 어떤 기자가 선생님은 ‘제갈공명’이 아니라 ‘코트 위의 여우’라고 말하더라고요.
신: 여우? 맞아 나 여우야. 판세를 읽는 눈, 적재적소에서 치고 빠지는 걸 잘하니까. 상우나 진식이가 은퇴한 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어. 지금 선수들의 분위기가 너희들 운동할 때랑은 또 다르거든. 시대에 맞고, 흐름에 맞는 지도가 필요해. 그런 걸 빨리 캐치하고 빨리 적용시키는 셈이지. 나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녀석이 뭘 그런 걸 물어보냐(웃음)?
김: (웃음) 선생님은 절대로 큰 소리 안 치시잖아요. 평소에도. 제가 삼성을 포함해 대표팀에서까지 15년을 선생님 밑에서 운동했는데 큰 소리 나는 걸 들어보질 못했어요.
김: 어쩐지 화면에 잡히는 병철이 얼굴이 많이 안 좋더라고요. 선생님, 지도자로서의 매력이 뭐예요?
신: 내가 키우고 성장시킨 선수들을 데리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게 정말 행복해. 지도자로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할 정도야.
김: 선생님, 솔직히 현대랑 대한항공 중 어느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올 것 같아요?
신: 한 80퍼센트 정도 현대가 올라 올 것 같은데. 대한항공이 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김: 지난해는 현대랑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어 3 대 0으로 졌어요. 올해는 어떻게 예상하세요?
신: 절대로 지난해와 똑같지 않아. 지난해는 힘들게 1위를 차지해서 허덕거리며 챔피언결정전까지 갔지만 올해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긴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거든. 삼성이 삼성답게 경기를 풀어가야 해. 일방적으로 이기진 못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질 생각은 없어. 재작년에 현대랑 챔프전에서 3 대 2로 졌을 때는 내가 실수한 부분이 커. 내가 잘못했었지. 그러나 올해는 달라.
김: 시즌 끝나면 허심탄회하게 술 한 잔 하고 싶은 지도자가 있나요?
신: 한 명만 꼽는다면 프로야구 SK 김성근 감독님이야. 매스컴을 통해서만 접했지만 참, 묘한 매력을 지니신 것 같아. 기회되면 꼭 뵙고 싶어.
인터뷰 중간에 김성근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신치용 감독의 의사를 전했다. 김 감독은 대뜸 기자에게 “신 감독의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었다. 나이를 밝혔더니 김 감독 왈, “먼저 우승 축하드리고, 55년생 어린(?) 나이에 우승을 많이 이룬 신 감독이 부럽다”면서 “시즌 끝나면 프로야구도 많이 응원해 달라”는 당부를 건넸다.
정말 서로 시간이 된다면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5060’ 두 감독을 모시고 지도자로서의 남다른 철학과 인생관을 비교 분석해 보고 싶은 욕심이 절로 든다. KBS N 해설위원
정리=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