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원 씨는 온통 축구에만 빠져있는 남편에 서운할 때도 있지만 막상 경기장에 가면 싹 풀린다고. | ||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아빠의 존재를 필요로 할 때가 많아요. 교육 문제 등 여러 가지 고민이 뒤따랐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 함께 사는 거잖아요. 그래서 부산으로 이사를 했어요.”
이사를 한 건 좋았지만 그 다음 문제는 지도자 생활에 푹 빠져 버린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는 부분이었다.
“선수 때도 힘든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어요. 선수 때는 자기 몸만 챙기면 됐잖아요. 지금은 선수들, 그리고 성적을 신경 써야 하니까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밥을 먹을 때도, 대화를 나눌 때도 정신은 다른 데 가 있어요. 가족들과 함께 있는데도 마음은 축구장, 선수단에 가 있더라고요.”
가끔은 남편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치고 올라오다가도 막상 경기장에 가면 모든 게 해소된다고 한다.
한 골 한 골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상황들을 보며 남편의 말 못할 고민을 읽게 되고 남편이 선수들한테 빠져 있을 수밖에 없는 생활도 이해하게 된다는 것.
“전 남편이 운동 생활을 끝내면 정말 편하게 지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은퇴 후가 더 힘들고, 감독 부임 후에는 더더욱 고달픈 생활의 연속인 것 같아요. 예전엔 골만 넣으면 됐잖아요. 지금은 무조건 이겨야 하니까, 그 책임을 남편이 져야 하니까, 경기장에서 편하게 게임을 보지 못하겠더라고요.”
정 씨는 1녀2남을 둔 세 아이의 엄마다. 31개월된 막내 정환이의 존재가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관심을 조금이라도 분산시킬 수 있었다며 막내가 태어난 게 행운이었다고 표현한다.
정 씨에게 만약 딸이 운동선수랑 결혼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제 꿈이 원래 동시통역사였어요. 그래서 독일로 유학갔던 것이고요. 거기서 선홍 씨를 만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만 제 딸만큼은 마음껏 사회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운동선수와의 결혼요? 제가 해봤으니까 제 딸은 안했으면 좋겠네요(웃음).”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