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대표 스타플레이어 박지성과 이승엽 아버지는 “아들의 유명세가 자랑스럽지만 제한적인 인간관계로 고독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 ||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플레이어로 손꼽히는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의 독백과 같은 한탄이다. 스포츠스타의 부모들. 작게는 수억 원대서부터 많게는 수십 억 원대의 연봉을 받는 선수의 부모라면 삶 자체가 ‘행복만땅 기쁨충만’이겠지만 그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불편하기 그지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만큼이나 스포츠 스타의 부모들도 아들의 유명세, 엄청난 수입 등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각양각색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 부모인 박지성과 이승엽의 아버지 얘기를 통해 스포츠 스타 부모의 고충을 살펴본다.
박지성 아버지도 괴롭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는 아마도 스타플레이어 부모들 중 가장 많이 언론에 노출된 아버지일 것이다. 물론 그가 원해서가 아니다. 기자들이 박지성에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아버지와의 취재를 통해 멘트나 정보를 구하려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언론 노출 빈도가 잦아진 것이다.
박 씨는 축구 잘하는 아들 덕분에 돈 걱정 없이 생활할 수는 있어도 아들이 번 돈으로 지내는 부분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지금은 내 일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전에는 지성이가 버는 돈 말고 내가 따로 돈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떳떳함 때문이다. 아무리 자식이 돈을 많이 벌어도 부모 입장에선 그 돈을 마음 편히 쓸 수가 없다. 중요한 사람을 만나 비싼 곳에 가서 대접을 할 일이 생겨도 잠시 갈등한다. 내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씨는 또한 제한적인 인간관계에 대해 속내를 내비쳤다.
“사람을 쉽게 만나기가 어렵다. 지성이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어렵고 내가 농담으로 한 말이 와전돼 이상한 소문으로 확대된 경우도 있어 가끔 한국에 들어오면 아는 사람들만 만난다. 유명 선수의 부모가 되다보니 행복과 기쁨 이면에 외로움, 쓸쓸함이 존재한다.”
박 씨는 한때 ‘마치’ 연예인처럼 휴대폰 번호를 자주 변경하다가(기자들 전화 때문에) 지금은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 그래서 맨 처음 갖고 다닌 휴대폰을 필요할 때만 켜서 사용한다고 말한다. 지난 총선 때는 정치권의 숱한 도움 요청을 피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총선을 피해 일부러 영국으로 들어갔다가 총선이 끝난 후에 귀국하기도 했다.
이승엽의 아버지 이춘광 씨는 얼마 전 삼성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임창용의 아버지 임영치 씨와 함께 함평의 나비축제에 다녀왔다. 동갑내기 아들을 둔 데다 이승엽, 임창용이 삼성에서 일본으로 진출한 행보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아버지들의 고향이 같아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 씨는 ‘국민타자’를 아들로 뒀지만 생활 자체는 소박하고 소탈하기 그지없다. 가능하면 ‘이승엽’이란 이름을 내걸고 열리는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으려 하고 누구의 아버지란 타이틀도 일부러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단 아들이 한국에 없다보니 선수들 경조사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행사에 조용히 ‘인사’를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 씨는 “아들이 ‘국민타자’지 내가 ‘국민타자’는 아니지 않나. 성격적으로 나서는 걸 싫어하고 좋은 사람들과 마음 편히 어울리며 내 생활을 즐기는 게 좋다”면서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하는 행사가 있을 때는 승엽이 얼굴을 생각해서라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때도 있다”라고 설명한다.
삼성 시절 같이 원정 응원 다니며 두터운 친분을 쌓은 선수의 부모를 만나도 쉽게 속내를 내비치지 않는다.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아들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해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이 씨는 시즌 끝나고 귀국하는 아들 내외와 손자를 기다리는 일이 잦아졌다. 아들도 보고 싶지만 손자 은혁이의 재롱이 보고 싶고 그리운 할아버지인 것이다.
이 씨는 “요즘 승엽이가 2군에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내려갔으면 올라오는 게 사람 사는 이치 아닌가. 애비는 그저 아들이 너무 상처받지 않고 하루 빨리 야구를 통해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라며 이승엽이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담담히 설명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