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베이징올림픽이 오는 8월 8월 오후 8시 8분 8초에 시작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인들이 워낙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해 이렇게 특이한 개막 시간이 택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올림픽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몇몇 선수들은 메달을 위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04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에서 통쾌한 금메달을 따낸 유승민을 들 수 있다(탁구뿐 아니라 펜싱 유도 등 토너먼트로 열리는 경기는 모두 그렇다). 먼저 유승민은 4년 전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만 잘해서 금메달을 딴 것이 아니다. 올림픽이 열리기 1년 전부터 개인과 팀은 물론 협회 차원에서 치밀하게 세계 랭킹을 관리했다. 올림픽 직전까지 세계 랭킹을 3위까지 끌어올려 좋은 시드를 받을 수 있었던 것. 즉, 준결승까지 중국선수와의 맞대결을 피하는 시나리오를 사전에 확보했다. 여기에 스웨덴의 노장 발트너가 중국선수를 꺾어주는 어부지리가 더해졌다. 유승민은 준결승에서 가볍게 발트너를 꺾고 결승에 올랐고, 중국선수로는 결승에서 왕하오, 단 한 명을 상대해 금메달 쾌거를 완성했다. 탁구는 중국이 세계 최강이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유승민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종목(여단식, 남녀복식)은 모두 중국 차지였다. 세계선수권에서도 7개 전 종목을 중국이 석권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많은 나라들이 귀화한 중국선수를 자국 대표선수로 내보낼 정도이다. 탁구 단식의 경우에는 올림픽 세부종목에 국가별로 3명씩 출전할 수 있다. 세계 랭킹 4위까지 시드를 주는데 상위권은 중국선수들이 싹쓸이하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유승민이 ‘어게인 2004’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계 랭킹 4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톱4에서 밀려날 경우 토너먼트로 올라갈수록 중국선수와 잇달아 상대해야 하고 그만큼 메달 가능성은 멀어지는 것이다. 아쉽게도 2008년 5월 초 유승민의 세계 랭킹은 8위다. 오상은 주세혁이 잇달아 9, 10위에 올라있고 1~4위까지는 모두 중국선수다(왕하오 마린 왕리친 마롱). 어차피 중국선수는 올림픽에 3명만 출전하기 때문에 문제는 유승민보다 앞서 있는 블라디미르 삼소노프(5위 벨로루시), 티모 볼(6위 독일)이 문제다. 유승민은 앞으로 올림픽 전까지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4개 대회에서 최대한 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 최소한 한두 차례 우승으로 대거 포인트를 획득해 유럽의 두 선수를 따돌려야 하는 것이다. 참고로 2008베이징올림픽부터 탁구는 남녀 복식을 없애는 대신 남녀 단체전을 도입했다. 개인전과는 달리 나라별 한 팀만 출전하기때문에 한국에게는 당연히 유리하다. 중국과 결승에서 만나기만 해도 은메달을 딸 수 있다. 다행히 남자단체는 최근 독일 등 유럽강호들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유병철 스포츠 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