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9일 일본 도쿄 진구구장에서 야쿠르트 투수 임창용과 요미우리 이승엽이 대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 ||
::‘하야시 마사오’ 임창용
임창용은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다카다 시게루 감독이 애초 주전 마무리로 점찍었던 이가라시 료타가 개막전부터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해있는 동안 임창용은 거침없는 세이브 행진을 펼쳤다. 4월 말 이가라시가 부상에서 복귀했어도 임창용의 주전 마무리 입지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임창용은 5월 10일 현재 13경기에 등판해서 10세이브에 방어율 0.69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동료들은 임창용(林昌勇) 이름의 일본식 발음인 ‘하야시 마사오’를 그의 모자에 매직으로 써주면서 친근감을 표시했다. 국내에선 한류스타 배용준 때문에 유명해진 ‘욘사마’란 닉네임을 임창용에게도 붙이고 있지만, 야쿠르트 팀내에선 친한 동료들 사이에 임창용은 ‘하야시 마사오’로 통한다. 야쿠르트 주장을 맡고 있는 내야수 미야모토 신야는 특히 임창용과 가깝다. 나고야나 오사카 같은 원정지에서 야간경기를 마치면 임창용과 함께 시내에 나가 늦은 저녁식사를 하는 경우가 잦다.
지난 4월 25일 도쿄 진구구장에서 야쿠르트와 주니치의 경기를 지켜본 뒤, 임창용의 아카사카 근처 숙소에 초대받았다. 야구장에서 택시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오크우드 레지던스호텔이었다. 비싼 일본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비싼 방이었다. 월세만 614만 원. 물론 방세는 구단에서 내준다. 숙소에서 임창용은 직접 사과를 깎고 커피를 타주면서 일본 생활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가장 어려운 건 아침밥을 해결하는 문제다. 가뜩이나 아침잠이 많은 스타일인데다 혼자 살고 있으니 아침 식사를 챙겨먹기 어렵다고 했다. 임창용은 “일단 야구장에 도착하면 이것저것 잘 챙겨먹는다. 진구구장에 있는 간이식당들 음식이 맛있다”며 웃었다.
▲ 이병규 | ||
임창용에겐 든든한 응원단이 있다. 세이브를 올릴 때마다 친정팀인 삼성의 친한 후배들로부터 국제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세이브를 기록한 4월 25일 밤에도 삼성 윤성환이 임창용에게 전화를 걸어 “형, 멋있었어”라며 축하했다. 임창용도 기자에게 삼성의 최근 소식을 질문하며 친정팀에 대한 여전한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2년차’ 이병규의 고민
주니치 이병규는 최근 2군 강등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시즌 개막 후 붙박이 3번을 치다가 4월 말부터 다소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5월 들어 6번, 7번까지 타순이 강등됐다. 부진이 계속됐다면 2군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병규는 5월 7일과 8일 히로시마전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합계 4안타 5타점으로 펄펄 날아다니며 다시 입지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 앞서 도쿄에서 만난 이병규는 일본에서의 두번째 시즌에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였다. 그런데 최근에 고민이 생겼다. 아들만 둘인 이병규는 네 살 된 첫째가 4월 초부터 일본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도통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말이 잘 통하지 않고, 낯선 분위기라서 어린 꼬마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이병규는 “쉬는 날에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려고 손잡고 걷다 보면, 저 멀리 유치원이 보일 때쯤 애가 자꾸 뒷걸음질을 친다”며 안타까워 했다. ‘아빠’ 이병규가 어린 아들의 고충을 왜 모를까. 그 역시 지난해 일본 리그 첫해에 의사소통 문제와 생경한 분위기 때문에 고생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병규는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계속 보내서 강하게 키워야지. 아들이 지금은 아빠를 원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커보면 외국어 배워놓은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있다는 건 이병규가 그만큼 일본 생활에 적응했다는 얘기가 된다. 요즘 홈인 나고야에선 동네 식당에 가도 알아보는 일본 팬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날 진구구장에서도 이병규와 함께 야외 훈련장에서 경기장 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이병규상 화이팅”하면서 외치는 원정 팬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일본에 있는 한국인 3총사 가운데 맏형이다 보니 이병규는 다른 두 후배들을 잘 챙긴다. 야쿠르트와 원정경기를 치를 때면 3연전 가운데 한 번쯤 경기 후 임창용을 만나 식사를 한다. 이승엽이 나고야로 원정을 갈 경우에도 이병규가 불러내 밥을 산다. 역시 밥 사는 건 항상 선배의 몫이다.
▲ 이승엽 | ||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도쿄돔에는 자주 가봤지만, 2군 훈련장인 자이언츠구장을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이언츠구장은 도쿄 신주쿠에서 전철로 약 40분 거리에 있다. 요미우리랜드역에서 내려 꽤 가파른 계단 283개를 걸어 올라가면 자이언츠구장이 나오는데, 실내훈련장과 야외 구장의 시설이 수준급이다.
개막 후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홈런 없이 타율 1할3푼5리에 2타점의 믿기지 않는 성적을 남기고 2군으로 내려간 이승엽을 자이언츠구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일단 웃는 모습을 보여 마음이 놓였다. 겉으로 보기엔 쾌활했다. 2군에 내려가 있다고 해서 찡그리고 있다면 결국 본인 손해. 이승엽은 “작년에 수술받은 왼손 엄지도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이승엽의 속마음마저 편할 리는 없다. 2004년 일본에 진출한 뒤 2군을 꽤 겪어봤지만 지금처럼 힘든 상황은 처음이다. 이승엽은 본래 책임감이 강한 선수다. 삼성 시절에도 그랬다. 본인이 홈런 치고 팀은 패할 경우,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 요미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연봉 60억 원을 받는 4번 타자가 부진한 바람에 팀이 어려워졌다는 자책감으로 인해 이승엽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승엽은 ‘용병’이다. 본인을 위해선 다소 뻔뻔해지는 게 심리적으로 편하겠지만 이승엽의 성격상 그런 마인드 컨트롤이 힘들기만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미우리 2군에 SK 출신 김기태 코치가 있고, 최근 삼성 시절 선배였던 김종훈 연수코치가 합류했다는 점이다. 김기태 2군 코치와 김종훈 연수코치는 4월 중순부터 이승엽을 전담하며 그의 부활을 돕고 있다. 2군 전체 훈련이 끝난 뒤에도 이승엽은 이들 두 선배와 함께 실내훈련장에서 한 시간 가까이 특타를 치며 땀을 흘렸다. 수시로 농담을 하면서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한국인 선배들이 없었다면 이승엽은 더욱 힘든 2군 생활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매일 고된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힘들겠다는 얘기를 건넸더니, 이승엽은 “힘들긴 힘들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답했다. 당연한 얘기였다. 요미우리 4번이 아닌 2군 선수가 편안하게 훈련해서 실력을 회복할 수 있겠느냐는 의미가 담겨 있는 반응이었다. 훈련을 마치고 승용차로 귀가할 때면 자이언츠구장 옆문에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승짱”을 외치며 격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승엽은 매번 웃으며 손을 흔들어 답했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