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내내 단답형 대답으로 수줍은 모습을 보인 류현진. 마운드에선 자신있는 피칭으로 진정한 프로 선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부담스럽거나 그런 것은 없다.
―프로에서 처음부터 잘하리라 생각하지 못 했을 텐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목표를 정한 게 일찍 이루어진 것 같다.
―그렇게 빨리 성공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 많이 도와줘서, 내가 던질 때 타자들도 점수를 많이 내주고 그래서 첫 해랑 작년이랑 승리를 많이 거둔 것 같다. 올해도 많이 해야겠다.
―너무 정답만 이야기하는데(웃음). 류현진 선수에게도 까다로운 타자가 있을 텐데.
▲빠릿빠릿한 타자들, 팀의 1번 타자들이 껄끄럽다. 힘 있는 타자들은 빵빵 쳐서 점수가 나지만 빠른 타자들이 나가면 도루도 하고 그러다보면 크게 한방 맞는 것보다 점수를 더 많이 준다. 각 팀의 1번 타자들이 가장 껄끄럽다. 꼭 누구라고 집어서 얘기하기는 그렇다(인터뷰 공부도 했느냐고 하자 또 웃는다).
―까다로운 팀이 있나.
▲그건 없다.
―여자친구는 있나.
▲있다. 사귄 지 얼마 안된 동갑내기다. 자주 만날 시간은 없지만 편안한 친구다.
―답이 거의 단답형이다(사실 위의 답들도 몇 개를 합쳐 만든 것들이 많다).
▲네(결국 모두 웃음). 내가 원래 단답형이다(웃음).
―늘 비교대상이 되는 SK 김광현과는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겠나.
▲(그 얘기가 왜 이제 나오냐는 표정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했었는데(웃음).
―그럼 아직도 그저 후배라고 생각하나. 나를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그건 아니고, 올해 아주 잘 던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혼자 생각인지 모르지만 라이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같은 투수라고만 생각한다.
―언론에서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 했으면 좋겠다. 비교해서 서로 좋을 것도 없다(자신이 더 월등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미소로만 답했다).
―국제 대회에서는 늘 저조했다고 생각하는데.
▲많이 그랬다. 승수도 하나 없고. 아 한 번 했구나. 그러나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줬다. 세 번 나갔는데 그나마 이번 세 번째가 제일 좋았다. 경험부족도 있었겠지만 아마 첫 두 번은 시즌이 끝나고 너무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떤 타자든 피해가지 않는 게 강점인 것 같다. 무서워하지 않고 칠 테면 쳐봐라 하고 던진다.
―가장 자신 있는 구질은.
▲변화구를 세 가지 던지는데 체인지업이 가장 자신 있다. 언제든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다. 커브나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자신이 있다.
―그럼 자신의 패스트볼은 마음에 안 드나.
▲마음에 든다.
―그럼 다 좋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웃음).
―2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체력적인 어려움은 없었나.
▲어리다보니 아직까진 못 느끼겠다.
―팔꿈치가 좀 안 좋다는데.
▲조금 아프다. 2년 동안 200이닝씩 던지다 보니까. 고등학교 때는 그렇게 던진 적이 없기 때문에 좀 피로하고 약간 아프다. 예전에 수술한 데는 아니고 다른 쪽이 아프다. 조금 안 좋을 때 그만 던져야 하는데 중요한 상황이고 로테이션을 거를 수도 없고, 안 좋을 때도 던지고 그러다보니 그런 것 같다. 투구 수로 조절을 하고 있다.
―지난번 테이핑 사건(11일, LG 전에서 팔에 테이핑을 했다는 김재박 감독의 지적에 의해 테이핑을 풀고 등판했다)도 결국 팔꿈치 때문이었나.
▲팔꿈치가 약간 아파서 감았었다. 그런데 안 보이면 괜찮은 줄 알았다.
―본인도 투수로서 약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크게 웃음).
―마운드선 어떤 생각 하나.
▲일단 포수 사인대로 던지지만 타자에게는 절대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에이스란 무엇인가.
▲팀의 연패를 끊고 연승을 계속 이어가는 것. 선배님들도 계속 그렇게 말씀하신다.
―말처럼 쉽지는 않은데 부담 되지 않나.
▲부담은 거의 없다. 올 시즌 초반에는 조금 부담이 됐지만, 보통 마운드에서 부담을 갖지 않는 편이다. 성격이 무덤덤한 편이다.
―아직 먼 이야기지만 일본이나 미국 무대 진출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
▲아직은 없다. 언젠가는 뛰어봤으면 좋겠다. 자신은 항상 있지만 나중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두 자리 승수를 올리고 다승왕을 하고 싶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도 하고 싶다.
류현진은 말수가 아주 적었지만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모범 청년이었다. 그러나 슈퍼스타로 성장하고 있는 그에게도 달변으로 인터뷰를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팬들에게 다가가는 하나의 길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야구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