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5월 21일 현재, 13세이브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라이온즈의 오승환(26)을 대구 구장에서 만났다.
민훈기(민): 우선 팔꿈치 상태가 어떤가.
오승환(오): 통증이 심하진 않은데 좋지는 않다. 최근 검사를 했고 조금 나아진 상태다.
민: 스프링 캠프 때도 거의 운동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아는데.
오: 캠프 기간에 아예 캐치볼도 하지 못한 상태라 시즌을 치르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즌 들어가면서 조금씩 나아졌고 잘 버티고 있는 중인데 솔직히 지금까지 만족할 만한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
민: 13세이브로 여전히 세이브 부문 1위다. 하지만 기록상으로는 아무래도 예년보다 조금 떨어진 것 같다(작년까지 통산 1.37이던 평균자책점이 올해는 2.50이고, 이닝당 안타는 늘고 삼진은 줄었다).
오: 세이브 숫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만족스런 피칭을 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몸에 있는 힘을 다 실어서 피칭을 하지 못한다. 구속도 다 안 나오고 종속도 좋지 않다. 던지는 폼 자체가 별로다. 몸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안 아픈 쪽으로 움직이려 든다. 자꾸 움츠러드는 것도 맘에 안 든다.
민: 변화구가 약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오: 변화구를 여러 가지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슬라이더면 슬라이더, 커브면 커브, 무엇이든 한 가지는 마음대로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내 경우엔 그것이 슬라이더인데 종종 실투를 해 장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민: 예전에 비해 타자들이 본인의 강력한 직구를 자꾸 쳐대면 어떤 마음이 생기나.
오: 물론 내 구위가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타자들도 지금 4년째 똑같은 내 공을 보고 있으니 그것에 적응을 못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나는 변화구가 아니라 타자가 직구를 노리는 것을 알고도 직구로 승부를 한다. 그러니 힘들기는 힘들다. 예전 같으면 스윙 나올 것도 파울이 나올 때, 내 구위가 좀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민: 임창용 얘기 좀 해보자. 일본 데뷔 첫 해를 잘 만들어나가고 있다. 같은 세이브 투수로서 임창용을 어떤 시각으로 보나.
오: 창용이 형은 내가 뭐라고 평가할 만한 상대가 아니다. 너무나 대단한 투수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타고난 선수이고 다른 선수들과 틀린 부분도 많다.
민: 어떤 점에서 그런가.
오: 몸의 균형이나 밸런스, 선천적인 능력 등이 같은 야구 선수이면서도 부러울 정도다. 창용이 형과는 작년에 같이 운동을 하면서 형이 올시즌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 예상했었다. 어느 때보다도 운동을 열심히 했다. 한국에서의 성적이 2~3년 정도 좋지 않았지만 그건 수술 때문이라 이번 시즌엔 기대를 해도 될 것 같았다.
오: 볼 스피드(157km)는 예상 못했다. 하지만 일본에 가면 더 잘할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 환경이 달라지면 자극도 되고 오기도 생기기 마련 아닌가. 창용이 형이 지는 걸 싫어하는 타입이고 더욱이 일본 무대라면 가능성이 크다고 믿었다.
민: 최근 두 차례 블론세이브가 나오면서 롯데에 유난히 약하다는 말도 나왔다. 징크스 같은 게 있나.
오: 그런 건 없다. 오히려 롯데와 두 번째 블론세이브를 했을 때 첫 번째 블론세이브 했을 때와 옷이며 신발이며 다 똑같은 차림을 하고 나갔다. 오기로 더 그랬다. 그런데 또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숙소에 가서 혼자 무던히 속을 끓였다.
민: 다음에 또 같은 시도를 할 텐가.
오: 한 번 더 해보려고 한다(웃음). 유니폼, 스파이크 전부 블론세이브 기록했을 때의 차림새로 나갈 예정이다.
민: 여자 친구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 사귄 지 2년 정도 됐다. 결혼한다면 그 친구랑 하고 싶다.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진 못했지만 빨리 결혼하고 싶다. 그것이 운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민: 연예인 배 아무개 양과 사귄다는 소문도 있었다.
오: 아, 배슬기 씨! 그런 소문이 돈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그런데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정말 모르겠다. 난 배슬기 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 분도 내가 누군지 모를 것이다.
민: 아마 이 인터뷰가 나가면 더 이상 이상한 소문은 나돌지 않을 것 같다. 매스컴을 통해 비쳐진 오승환과 실제 오승환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나.
오: 내 별명들을 들으면 말도 안할 것 같고 표정도 없을 것 같지만 집에 가면 3형제 중 막내다. 그래서 부모님께 애교도 부리고 장난도 치고 그런다. 아버지와 형들은 나보다 더 무뚝뚝해서 내가 집에 가야지 집안 분위기가 좀 시끄러워진다.
민: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나.
오: 난 은퇴할 때까지 세이브 투수로 가고 싶다. 세이브의 기록들을 다 세우고 싶은데 기록도 기록이지만 아무도 깰 수 없는 기록을 세우고 싶다. (선발 욕심은 없냐고 묻자) 나는 매일 매일 공을 던지는 세이브가 더 적성에 맞다.
인터뷰를 끝내고 사진을 찍으면서 오승환은 상당히 어색해 했다. 왜 꼭 웃으면서 찍어야 하느냐고 사진 기자에게 가벼운 항의(?)를 하기도 했다. 아직도 스타라는 자리가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선수. 그러나 그가 보여준 능력은 이미 국내 프로야구 구원투수 부문의 최고수임을 나타낸다. 사진 촬영을 지켜보다가 그의 글러브에 새겨져 있는 한자가 눈에 띄었다. 一球鬪魂(일구투혼). 역시 오승환이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