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 | ||
UFC는 1993년 출범했다. 같은 해 시작된 일본의 K-1과 동갑이다. K-1이 입식타격기인 데 반해 UFC는 이름(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그대로 극단적인 싸움이었다. 국부에 대한 가격, 이마로 안면찍기 등 현재의 완화된 경기룰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경기가 속출했다. 체급 구별도 없었다. 이러니 피가 낭자하는 잔인한 장면이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당연히 미국 내에서도 일부 주에서만 승인하는 잔인한 스포츠로 시장규모가 제한됐다. 이를 운영하던 SEG라는 회사도 만성적인 재정난을 겪었다.
소수 마니아층에 제한된 ‘잔인한 경기’였던 UFC는 2001년 1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아마추어 복서 출신으로 복싱 및 격투기 마케팅 사업을 벌이고 있는 다나 화이트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거부인 로렌조-프랭크 퍼티타 형제(스테이션카지노 오너)와 함께 전격 UFC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독설가로 유명한 화이트는 특유의 마케팅 수완을 발휘, 할리 데이비슨 등 미국 내 유력기업을 스폰서로 끌어들이고, 특히 케이블TV(현재 스파이크TV와 계약)를 통해 홍보 대박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전 세계 마이너 격투단체에서 활동하던 실력 있는 파이터를 영입하면서 UFC를 단숨에 세계 최고의 격투기대회로 성장시켰다.
UFC의 선수관리는 철두철미하기로 유명하다. 주체육위원회로부터 지침을 받아 경기 전 300개 항목이 넘는 메디컬테스트를 실시한다. 이 비용만 한국을 기준으로 치면 수백만 원이다. 또 TKO패한 선수는 3개월간 링에 오를 수 없다. 로렌조 퍼티타(38)가 라스베이거스 주체육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기에 선수 안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최홍만의 뇌종양이 문제가 된 것도 이런 시스템 때문이다). UFC에 뛰기 위해서는 선수와 트레이너는 해당 주체육위원회로부터 각각 20달러, 50달러가 드는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안전관리가 철저한 만큼 선수들에 대한 대접도 좋다. K-1이 경기 종료 2개월 후 대전료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반해 UFC는 경기 직후 수표로 대전료를 지급한다. 타 단체와는 달리 대전료도 상세히 공개한다(김동현은 데뷔전 승리로 4만 달러를 챙겼다).
이렇게 종합격투기에 세계 최고인 미국식 스포츠마케팅이 접목되니 UFC가 전세계 격투기 시장에서 최고봉으로 우뚝 서는 것은 당연했다. 작은 단체를 잇달아 통합하고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프라이드FC를 아예 인수해버렸다(프라이드월드와이드로 개명, 하지만 아직 경기는 열리지 않고 있다).
김동현의 에이전트인 천창욱 씨는 “UFC와 접촉하면 접촉할수록 왜 미국이 스포츠 흥행에서 세계 최고일 수밖에 없는가를 깨닫게 된다. 격투기 시장은 원래 일본이 먼저 주도권을 쥐었다. 하지만 UFC가 주인이 바뀐 다음 곧바로 천하통일에 성공했다. 인기와 시장규모에 비해 아직 영세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한국격투기 단체가 하루빨리 UFC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