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광주 U대회 유치에 실패하자 시민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투표 결과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의 관례 상 공개되지 않았다(시간이 지난 후 비공식적으로 알려짐). 한국이 2위, 비고가 3위였다는 것은 확실시된다. 최소한 2차 결선투표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던 전망은 왜 빗나갔을까. 3수생 카잔에 대한 동정론, 2011년 중국(심천)에 이어 거푸 아시아국가에 개최권을 주기 힘들다는 반론, 푸틴 전 대통령(현 총리)의 적극적인 유치 행보, 러시아의 막강한 오일달러, 총 27표 중 절반이 유럽세 등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한국 유치단 내부의 문제도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 다녀온 A 씨는 “유치기간 내내 중앙정부와 광주시간의 소통이 원만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현장에서 ID카드 때문에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됐다. 30명이 넘는 응원단(광주지역 학생들)에게 ID카드를 발급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통상부에는 각각 2장씩만 배정했다. 이에 대한 불만이 현장에서 터져 나왔고, 고위인사가 다른 사람의 ID카드를 빌려 몰래 회의장으로 출입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했다. 광주와 중앙정부가 완전히 따로 놀았다”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박광태 광주시장이 통합민주당 소속인 반면 현 정부는 한나라당 정권 하에 있기 때문에 불협화음이 빚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국가적인 사업인지라 국고에서 18억 원이 지원되고, 중앙부서 고위층이 현장에 나갔지만 ‘억지춘향’ 성격이 있었다는 것이다. 외견 상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영어연설까지 하는 등 현장에서 열심히 뛰었지만 광주와 중앙부서 실무진 간의 협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유치전은 철저하게 광주 중심이었다. 현장의 한국 취재기자도 전원 광주 지역 언론사로 배정해 중앙언론사의 반발을 샀고, 보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또 광주 유치단이 스포츠외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도 들었다. 자문위원을 맡은 김철주 한국체육학회장(조선대교수) 외에는 전문가가 전무해 실효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국제스포츠 무대의 생리를 모르니 돈을 쓰고도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김운용 전 IOC위원이 명예유치위원장으로 막후에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직도 국제스포츠 무대에서는 여러가지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 결과적으로 광주보다 카잔이 더 많이, 적절하게 자금 등을 푼 셈”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이 제기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는 국비 18억 원에 시비 29억 원, 기업체후원금 41억 원 등 총 88억 원 이상을 이번 유치활동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액수지만 정작 쓸 곳에 쓰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는 현재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5일 귀국한 김운용 전 IOC위원은 “광주 분들이 고생 많이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해 아쉽다. 외교력과 자금력에서 앞서는 러시아도 3수만에 성공했다. 이제 한국 스포츠 외교도 너무 서두르거나, 한 번 실패로 좌절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 한국이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빅이벤트를 유치할 때는 중앙 정부를 중심으로 내부 결속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의 욕심이 앞서면서 외교 역량이 한 곳에 집중되지 못하는 현상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비록 성공했지만 2014인천아시안게임도 유치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가뜩이나 ‘IOC위원 전멸’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스포츠외교. 두 번의 평창 실패, 광주U대회 유치 완패는 심각한 경고메시지가 되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