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국내로 복귀한 송승준이 1년간의 시련기를 거쳐 1급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민훈기(민): 초반 활약이 좋다. 작년과 무엇이 달라진 건가.
송승준(송): 실력은 크게 달라진건 없는데 마운드에서의 긍정적인 자세나 집중력이 많이 달라졌다. 작년엔 위기가 오고 안 좋은 상황이 되면 자포자기하고 무너지고 한 회에 대량 실점도 했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고 작년에 대표팀 상비군에 가서 선배들과 찬호 형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다. 찬호 형도 내 경기를 몇 번 봤는데 집중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민: 예전에는 박찬호와 비슷한 유형의 투수였는데.
송: 미국에 처음 갔을 땐 그랬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완전히 변했다. 그렇게 던지면 여기선 안 된다. 무조건 공격적으로 들이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던지면 타자들이 노리는 공만 치고 스트라이크존은 좁고 투수만 손해다. (김)선우 형이 인터뷰 때 (손)민한이 형처럼 던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나도 작년에 그런 점을 많이 느꼈다.
민: 이제 한국 야구에 완전히 적응한 것 같은데.
송: 잘 될 때는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또 잘 안되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든다. 때로는 아직도 타자들을 잘 모르겠다. 잘 노려 치고 미국 타자들만큼 적극적으로 타격을 하지 않고 유리한 카운트가 오면 걸어 나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민: 이제 손민한과 롯데의 대표 투수로 올라서고 있는데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송: 무조건 팀 4강이 목표다. 미국에 있을 때 ‘롯데는 5월까지만 야구한다’는 말을 듣고 정말 화가 났었다. 어려서부터 롯데 팬이라 빨리 가서 팀을 우승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작년에도 초반에는 잘하더니 또 5~6월 되니까 떨어지더라.
▲ 인터뷰 중 밝게 웃는 필자와 송승준. | ||
송: 냉정하게 보면 집중을 하지 못하고 경기를 일찍 포기하는 것이 문제였다. 올해 로이스터 감독님이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 집중력이다. 경기에 이기고 있을 때도 팀이 집중하지 못하고 흔들리면 5회 클리닝타임 때 선수들을 불러 놓고 호통을 치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야구를 보여줘야 한다고. 아로요 투수 코치님이 롯데 투수진을 처음 보고 하신 말씀이 투수들 눈이 모두 죽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동안 팀이 많이 바뀌었다. 투수들도 아주 공격적이 됐다.
민: 로이스터 감독이 온다고 했을 때 어땠나. 많이 바뀌었나.
송: 엄청 반가웠다. 화끈하고 시원한 야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민: 투수로서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다.
송: 예전에 용병 선수들이 한국에 오면 야구가 늘어서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도 1년을 뛰면서 정신적으로나 수 싸움에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민: 올림픽 가도 자신 있겠다.
송: 미국 타자들도 많이 상대해봤고, 일본이나 대만 타자들을 보니까 투심을 못 친다. 투심은 특히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다. 갈지 안 갈지 모르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미국전에 꼭 뛰고 싶다. 내가 아는 트리플A 타자들 많이 나올 텐데 구원이라도 뛰면서 한이 맺힌 미국과 상대하고 싶다.
민: 벌써 7승인데 이런 분위기라면 올해 15승도 하겠다.
송: 걱정도 된다. 초반에 7~8승하고 후반에 못해 그냥 끝나는 선수들도 많이 있다. 너무 승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머님이 야구 박사가 되셔서 집에 가면 야구 명언 같은 것들을 오려 벽에 붙여 놓으신다. 시합 날이면 ‘승리에 연연해하지 말고 한 타자 한 타자 잘 잡아라’하고 문자를 하신다. 아버님도 나 몰래 동네 아저씨들과 야구장에 오셔서 관중석 높은 데서 경기를 보고 가신다. 내가 부담스러워할까봐 몰래 표를 사서 보고 가시는데 그래도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아버지는 눈에 띈다.
송: 어려서부터 경찰이 되고 싶었다. TV에서도 경찰 관련 프로는 모두 봤다. 그러나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할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경기만 하면 야구같이 좋은 것은 없다.
민: 한국 선수들 중에 미국에 가도 성공하겠다 싶은 선수들이 있을 텐데.
송: 변화구가 좋은 투수, 컨트롤이 좋아 자기가 원할 때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가면 먹힐 것이다. (손)민한이 형이나 류현진 선수, 그리고 꽤 된다. 직구는 160km 던지지 못할 바에는 큰 의미가 없다. 타자들도 이대호 같은 선수, 장성호 선배 등은 충분히 통한다. 부드러우면서 파워가 있는 타자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민: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송: 한국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다. 송승준이란 이름 앞에 최고 투수라는 타이틀이 붙었으면 좋겠다. 물론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고, 워낙 수준도 높아졌지만 최선을 다하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에서 참 많은 고생을 했지만 아깝게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섰던 송승준. 그는 캔자스시티 트리플A의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으로 등판했다가 끝내기 안타로 패한 후 마운드에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아쉬움을 남기고 국내에 복귀한 그는 작년의 시련기를 거쳐 1급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앞으로 롯데 마운드를 책임질 최고 투수의 목표를 향해 오늘도 한발 한발 전진해 나간다.
메이저리그 야구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