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봉주를 보면 한 분야에서 득도한 대가의 면모가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참 유치찬란한 말인데 그이기 때문에 오히려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제는 이봉주 이콜(=) 마라톤이지” “내가 금메달을 따느냐가 아니라 금메달이 40이 다되도록 열심히 뛰어온 이봉주를 택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 “이번 올림픽 한국 대표선수 중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가 있을까?” “베이징 올림픽 때는 우석이와 승진이 등 가족들을 다 부를 생각이야. 몇 등을 하든지 골인점을 통과하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걱정이야”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진짜 그만 뛰어야겠지?”
이봉주는 최근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수염은 이봉주가 목표대회가 정해지면 기르기 시작하는 상징물. 가장 체력소모가 많은 종목에 출전하는 가장 나이 많은 선수가 이제 스타트를 시작한 셈이다.
이봉주가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확률은 얼마나 될까? 대놓고 물었더니 삼성전자 오인환 감독이나, 이봉주 본인도 대답을 못한다. 어쨌든 숫자놀음으로 하면 긍정적이기는 힘들다. 어떤 마라톤 전문가는 한 자릿수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핵심은 올림픽에서 마라톤이 중요하고, 마라톤에 관한 한 한국에서는 이봉주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신기루와도 같은 이봉주의 금메달. 어쩌면 그것은 앞선 손기정이나, 황영조의 금메달 이상으로 가치가 있을 듯싶다. 진정 인간승리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