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 심판 폭행 사건 | ||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심판 판정이 심상치 않았다. 오심이 끊이지 않았고 선수들과 양팀 코칭스태프는 이성을 잃어갔다. 결국 승부를 가른 경기 막판, 심판은 다시 양팀의 거친 항의에 갈팡질팡했고 애매한 판정으로 관중의 분노를 샀다. 물병이 날아들었고, 이 중 일부는 원정팀 KTF 벤치로 정확히 꽂혔다. 사건은 이때 벌어졌다. 흥분을 참지 못한 KTF의 한 선수가 다시 물병을 집어 들고 관중석을 향해 던진 것.
한국농구연맹(KBL)은 일벌백계의 엄포를 놓고 일주일 뒤 재정위원회를 열었다. 그리고 관중석으로 물병을 투척한 선수에게 벌금 1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KBL은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심판에 대해 자체 징계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내부 규정에 의거, 징계 내용은 비공개로 한다.’ 한 편의 코미디와도 같이 퇴색되어버린 KBL의 ‘일벌백계’ 의지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2004년 11월 19일. 미프로농구(NBA) 역사상 최악의 폭력사건이 벌어졌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경기 도중 인디애나의 포워드 론 아테스트와 상대 센터 벤 월러스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두 선수의 다툼은 두 팀 선수들의 집단 몸싸움으로 번졌고 급기야 관중들까지 선수들의 다툼에 합세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테스트가 관중석으로 난입했고 팀 동료 스티브 잭슨, 저메인 오닐이 관중들과 주먹다짐에 합세했다.
이 사건을 일으킨 아테스트에게 NBA 사무국은 무기한 출장정지의 철퇴를 내렸다. 다음 시즌 징계가 풀어지며 아테스트는 다시 코트를 밟을 수 있었지만 이미 2004~05시즌 72경기를 결장한 뒤였다. 당시 함께 폭행 사건을 일으켰던 잭슨과 오닐 역시 각각 30경기와 25경기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다. 상대팀인 디트로이트 선수들까지 포함해 9명의 선수가 모두 14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당했던 당시 경기는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가장 규모가 큰 징계 사례로 남아있다.
두 개의 장면은 한국과 미국 프로농구의 상이한 징계 수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 프로농구는 어느덧 ‘솜방망이 징계’의 대표적인 단체로 꼽히고 있다. 심판 판정에 대한 심한 항의로 인해 경기 진행에 방해 행위를 해 KBL 재정위원회에 회부될 경우 징계 당사자에게 부과되는 벌금은 일반적으로 150만 원에서 400만 원. 2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감독들은 3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면 ‘기본 3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비웃고 넘긴다. 그나마 이런 벌금조차도 대부분 특정 선수나 용병에 집중적으로 부과되고 있는 것이 현실. 심판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던 2007~08시즌에는 오히려 중징계가 훨씬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심판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KBL이 누구 하나 혼낼 입장조차 되지 않는다는 조롱이 이어졌다.
허재원 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