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혜지의 열혈팬인 패션디자이너 곽재중 씨는 진 씨의 뛰어난 패션감각 때문에 더욱 반하게 됐다고.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런데 은퇴 후 배구코트에서 자취를 감춘 그를 애타게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혜지의 열혈 팬을 자처한 패션디자이너 곽재중 씨(33). 은퇴 전 진혜지가 뛴 경기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는 곽 씨는 <일요신문>에 여러 차례 메일을 보내 진혜지와의 만남을 간절히 소원했다.
지난 15일, 드디어 청계천에서 조우하게 된 두 사람은 스포츠스타와 팬과의 만남이란 타이틀 아래 재밌는 사진 촬영과 인터뷰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패션을 전공했다는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힙합 가수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연상케 했음직한 차림새였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서방’ 크라운J를 떠올리게 하는 모자를 쓰고 힙합 스타일의 패션 코디를 한 채 약속 장소에 나타난 곽재중 씨는 진혜지와 취재진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곽 씨는 172cm, 진혜지는 182cm. 무려 10cm의 키 차이가 나자 곽 씨는 사진에 나올 자신의 모습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다. 급기야 ‘포토샵으로 키 좀 키울 수 없느냐?’는 물음에 사진기자도 포복절도^^.
너무 좋아했던 선수라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할 만큼 수줍음을 보였던 곽 씨는 인터뷰를 위해 장소를 옮긴 뒤에야 진혜지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평소 궁금했던 호기심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곽재중(재중): 정말 뵙고 싶었어요. 와~ 근데 진짜 크시네요. TV로 봤을 땐 안 커보였는데.
진혜지(혜지): 저도 어떤 분이 날 애타게 찾았나 싶어서 조금 설레었어요. 패션 전공하셨다고요?
혜지: 그쪽 분야가 재밌을 것 같아요. 유행의 흐름도 금세 파악할 수 있을 것 같고. 뭐, 요즘 유행하는 ‘신상’들도 제일 먼저 알 수 있지 않나요?
재중: ‘신상’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거죠. 그런데 혜지 씨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제가 혜지 씨에게 ‘꽂힌’ 시기가 2005-2006시즌이었거든요. 우연히 TV로 배구경기를 보다 배구도 잘하고 얼굴도 너무 예쁜 혜지 씨가 눈에 띈 거예요. 순간 눈이 핑 도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다음 시즌부터 보이질 않더라고요. 어찌나 서운하고 안타깝던지.
혜지: 그 시즌에 우승한 뒤 다음 시즌부턴 줄곧 벤치에만 머물렀었죠.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뛸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날씨가 흐리거나 비오기 전에는 몸이 욱신욱신 쑤셔요. 일기예보보다 몸의 증상이 더 정확할 정도예요.
재중: 서른도 안 되신 분이 벌써부터…(웃음). 여자 배구 선수들 중에는 비치발리볼대회가 있을 때 팀을 짜서 참가하는 선수들이 있더라고요. 혜지 씬 비치발리볼대회에 안 나가셨죠?
혜지: 몸 상태만 좋았다면 나갔을 거예요. 우리 팀 선수들도 출전한 적이 있으니까. 비치발리볼대회에 나가려면 은근히 신경 쓰여요. 약간의 몸매 관리도 해야 하고. 비키니 입었는데 뱃살 나오면 보기 민망하잖아요.
재중: 외국 선수들이 경기하는 걸 보면 굉장히 멋있더라고요. 파워도 있고 섹시함도 느껴지고. 볼거리 즐길거리를 확실히 제공한다고 할까? 제가 키는 작아도 대학 때 동아리에서 농구 좀 했어요. 가드를 봤는데 군 시절엔 부대 내에서 거의 ‘이상민’으로 통했거든요. (분위기가 싸해지자) 죄송합니다. 오버해서(웃음).
혜지: 진짜 재밌는 분이세요. 군대에서의 이상민이라? 스포츠를 많이 사랑하시나봐요.
▲ 곽재중(왼쪽), 진혜지. | ||
혜지: 운동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운동선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전 부모님이 모두 배구를 하셨어요. 엄마는 고등학교 때까지, 아빠는 대학에서 선수로 뛰시다 지금은 배구협회 관련 일을 하시거든요. 부모님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배구를 접하게 됐는데 운동을 오래 하다보면 참는 것에 익숙해져요. 아파도 힘들어도 고통스러워도 참고 견디고 감내해야 하는 걸 배우거든요.
재중: 코트에선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직접 보니까 굉장히 부드럽고 여성스러우세요. 속내도 깊은 것 같고.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정말 반가웠어요.
혜지: 팬과 공식적인 만남이 처음이라 걱정도 기대도 많았어요. 제가 좀 낯을 가리는 편인데 너무 재밌게 해주셔서 웃느라 제대로 얘기도 못했어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글보다 동영상으로 두 사람의 데이트가 소개됐더라면 훨씬 더 리얼하게 당시의 느낌이 전달됐을 것만 같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한여름, 청계천에서 펼쳐진 전 배구스타와 팬과의 초저녁 데이트에선 유쾌, 상쾌, 통쾌한 기운이 아스팔트의 열기를 식혀갔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