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표팀의 첫째 목표는 메달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이어 8년 만에 최소 동메달을 목에 거는 게 지상과제다.
일정 나쁘지 않다
최근 몇 년간 각종 국제대회 때마다 스케줄이 불리하게 잡혔던 한국대표팀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선 그런 부담감을 덜게 됐다. 첫 4일간의 일정이 비교적 여유롭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첫 날인 8월 13일 오후 7시 미국과 경기를 갖는다. 메이저리거 없이 트리플A 선수들이 주축이 된 미국은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 한국은 바로 이 미국과의 첫판을 무조건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김경문 감독은 대표팀 투수 10명 가운데 선발진과 관련해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송승준 등 4명이 기본적으로 선발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야구인들은 김광현(SK) 혹은 류현진(한화) 등 한국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 투수 중 한 명이 미국전에 선발로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과 일전을 치르고 나면 이틀째인 8월 14일 낮 12시30분에 최약체인 중국을 만난다. 야간 경기를 치르고 곧바로 낮 경기로 이어지는 게 다소 빡빡해 보이지만 상대가 고교야구 수준인 중국이기 때문에 별 무리가 없다. 대표팀은 8월 15일에 복병인 캐나다와 경기한 뒤 8월 16일에는 가장 버거운 상대라 할 수 있는 일본과 격돌한다. 여기까지 초반 4경기에서 3승1패를 할 수 있다면 결승 토너먼트 진출은 거의 확정된다. 2승2패일 경우에도 충분히 희망적이지만, 최악의 경우 1승3패를 하면 난감해진다.
대표팀은 8월 17일 하루를 쉰 뒤 8월 18일부터 3일 연속으로 대만, 쿠바, 네덜란드를 만난다. 역시 아마추어 최강이라는 쿠바가 강적이긴 하지만 넘지 못할 벽은 절대 아니다. 7경기에서 4승 이상이면 4강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키플레이어 이대호
대표팀 최종엔트리 발표 때 논란이 됐던 부분이 있다. 7월 18일 현재 홈런 1위(26개), 타점 1위(80개)를 달리고 있는 김태균(한화) 대신 슬럼프에 빠진 이대호(롯데)가 선정됐기 때문. 둘 중 누가 뽑혔든 지명타자를 맡게 돼 있다.
지난 2006년 말, 카타르에서 열린 도하아시안게임 때 김재박 감독(LG)이 대표팀을 구성해 참가했는데 목표였던 금메달은 커녕 일본의 사회인야구 대표팀에게 패하며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당시 추신수(클리블랜드)를 대표팀에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김재박 감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끝내 이 같은 여론을 외면했었다. 결과가 나쁘자 야구팬들은 추신수를 발탁하지 않았다는 걸 강조하며 김재박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 이승엽(왼쪽)과 이대호. | ||
키플레이어 이대호
해외파 가운데 유일하게 ‘참전’을 선언한 이승엽의 활약 여부에도 눈길이 간다. 이승엽의 올림픽 참가는 손쉽게 이뤄진 건 아니다. 책임감 강한 이승엽은 올해 소속팀 요미우리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올림픽 기간 동안 팀을 비우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7월 초까지만 해도 “만약 1군에 올라간다면 올림픽 출전이 힘들 수도 있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출전 쪽으로 마음을 굳힌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야구는 2012년 런던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이승엽은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올림픽에 나가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을 것이다. 또한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뒤 당당하게 요미우리 1군에 올라가겠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올해 일본 리그에서 부진하긴 했지만, 이승엽의 합류는 분명 대표팀 중심타선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할 만큼의 효과가 있다. 이승엽은 2006년 WBC 때 5홈런을 치면서 ‘월드 홈런왕’에 올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에는 일본 에이스 마쓰자카를 상대로 결정적인 2루타를 치며 동메달을 따내는 데 기여했다. 지난 3월 올림픽 2차 예선 때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석간 후지를 비롯한 몇몇 언론에선 ‘이승엽이 호시노 재팬(일본대표팀)을 폭격할지도 모른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이승엽이란 존재감을 의식하고 있는 셈이다.
마운드 운용이 관건
선동열 감독(삼성)은 지난해 12월 대만에서 열린 올림픽 1차 예선 때까지만 해도 대표팀의 수석 및 투수코치를 맡았다. 그런데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올 초 대표팀 코치직에서 사퇴했다.
선 감독은 역대 대표팀에서 항상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99년을 끝으로 주니치에서 은퇴한 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에는 전력분석요원으로 활약하면서 대표팀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당시 동메달을 따내는 데 장외에서 선 감독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가 있었다.
선 감독은 2006년 WBC 때에는 코치였다. 당시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투수 운용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았을 정도였다. WBC 미국전에서 선 감독은 상대 핵심 타자인 치퍼 존스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매번 다른 한국 투수를 상대하도록 만드는 ‘돌려막기’ 전술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어차피 강팀들과의 국제대회에선 5점 이내 승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3점을 넘게 준다면 필패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결국 이번 올림픽도 마운드 운용이 중요한 건 당연지사. 선 감독은 대표팀에 없지만 현재 코칭스태프도 충분히 능력 있고 투수 운용에 관한 달인들이다. 실전에 가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인 투수들을 최상의 조합으로 꾸미는 게 메달의 유무, 혹은 색깔까지 좌우하게 될 것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