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세계선수권 우승 후 부모님과 함께 찰칵. | ||
통상 출전선수의 부모들은 해당 경기단체에 미리 표를 구해놓는 게 관례이자 예의다. 하지만 베이징이 한국과 워낙 가까워 한국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대한역도연맹은 임원들과 게스트를 위한 입장권을 쓰고 나니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을 소홀히 하는 실수가 발생한 것이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한 지인은 “역도연맹의 무성의에 화가 났다. 아무리 임원이나 VIP가 중요해도 그렇지 선수 부모를 경기장 안으로 데려가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고로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역대 최고의 암표 올림픽’이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윈회가 일찌감치 “입장권 680만 장이 모두 팔렸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베이징 현지에서 입장권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암표를 사는 것뿐이다. 베이징체육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전병오 씨는 “베이징 한인사회도 표를 구하지 못해 마음껏 현장 응원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관중석의 20~30% 이상이 비어 있는 것은 중국인들이 암표 장사를 위해 표를 확보해놨다가 판매가 여의치 않자 생긴 사고다. 빈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 중국 공안(公安)이 암표장사를 눈감아주고, 심지어 장려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어쨌든 사복환 씨는 급히 암표라도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여자역도가 중국의 메달밭인 까닭에 역도장 암표는 구하기도 힘들었다. 이때 구원자가 등장했다. 장미란의 아버지인 장호철 씨가 보다 못해 자신의 표를 양보한 것이다. 덕분에 사복환 씨는 아들의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 당초 다크호스 정도로만 평가받던 사재혁은 깜짝 금메달 쾌거를 달성했기에 자칫하면 현장에 간 아버지가 아들의 금메달 장면을 보지 못하는 불상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
이날 장호철 씨는 경기장 밖에서 금메달 소식이 전해질 때까지 일행을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젊어서 직접 역도를 했고, 이미 아테네올림픽을 치르면서 부모의 속 타는 마음을 한 차례 경험한 장호철 씨의 배려가 빛나는 대목이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