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만으로 서른둘, 두산에서만 10년을 뛰었고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김동주를 지난 16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났다.
민훈기(민): 상당히 몸이 아픈 모양이다.
김동주(김): 허리가 안 좋다. 지금 계속 치료를 받고 와서 조금 힘들다.
민: 올 시즌 계속 여기저기 아팠는데도 계속 게임에 뛰고 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김: 돈 벌어야 한다. 안 나가면 돈을 못 버니까(웃음).
민: 안 뛰어도 돈은 나오지 않나(웃음).
김: (정색을 하며) 그래도 제일 돈을 많이 받는 선수가 아프다고 쉴 수는 없다. 개인보다는 팀이 우선이니까. 팀이 지면 솔직히 기분 나쁘다. 그래도 내가 뛰어서 지면 덜 억울하다.
민: 허리 통증은 어느 정도.
김: 자고 일어나면 움직이기 힘들 정도다. 그렇지만 야구장에 나와 몸도 풀고 땀 흘리고 치료도 받으면 금세 나아진다. 휴식 없이 올림픽을 치렀고 끝난 후엔 조금 긴장이 풀리면서 통증이 심해진 것 같다.
민: 그렇게 아픈 사람이 요즘 연타석 홈런도 치고 파워가 더 살아난 것처럼 보인다. 만약 홈런에만 몰두한다면 한 시즌 40개도 가능할 것 같은데.
김: 홈런 하나만 놓고 매 타석 풀스윙을 하면 가능할 것이다. 힘은 타고났다. 그렇지만 우즈, 심정수 그런 선수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면서 내가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갔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홈런수를 줄이는 대신에 타율도 늘리고 출루율도 높이는 쪽으로 택했다.
민: 원래 선구안이 좋은 편이었나.
김: 어렸을 때부터 1번타자를 했던 게 선구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선구안에는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었다. 프로 입단해서는 곧바로 4번을 쳤는데 초반에는 잘하다가 전반기 끝날 때쯤에는 못했다. 그런데도 김인식 감독님이 계속 기회를 주셔서 거기에 보답하려고 다른 선수들보다 두세 시간 먼저 나와서 훈련을 하는 등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러다보니 프로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도 느꼈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절감했다. 연습을 많이 하니 공을 아주 많이 보게 되고 그러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볼과 스트라이크의 구분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있더라.
김: 그렇지는 않다. 동료들이 워낙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어주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이)종욱이나 (김)현수나 (고)영민이나 앞에서 너무 잘해주니까 거기에 맞춰서 하면 타점은 올라간다.
민: 일본 쪽에서는 계속 말이 나오는데 외국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 보인다.
김: 분명히 그렇다. 그러니까 우리 구단에서 거액을 제시했을 때도 1년을 택했다. 그건 나의 꿈이다. 나중에 야구를 그만두었을 때 해외 경험이 없다면 굉장히 후회할 것 같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쪽 야구를 경험해보고 싶다.
민: 작년에 요코하마행이 불발된 가장 큰 이유는.
김: 몸값이 내가 생각한 것과 그쪽에서 제시한 부분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올해는 또 어떨지 모르지만 꼭 나가서 뛰어보고 싶다. 돈만 생각했다면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본 투수들을 상대해보고 싶다. 최선을 다해 부딪쳐 보고 싶다.
민: 김경문 감독은 (김동주를) 절대 보내고 싶지 않지만 선수에게 주어진 큰 기회를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오래 몸담은 두산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심정이 복잡할 텐데.
김: 쉽지는 않다. 10년 동안 있으면서 가족같이 지냈다. 가정이 있지만 집에서 나오면 두산이 내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본에 간다고 해도 야구의 마지막은 두산에서 마치고 싶다. 다시 돌아온다면 내 친정으로 돌아올 것이다. 다른 구단으로 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민: 두산에서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루진 못했을 텐데.
김: 꼭 우승하고 싶다. 우리는 작년에 한 번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올해는 분명히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팀은 정말 신기한 팀이다. 사실 개개인을 비교하면 다른 팀에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팀으로 나가면 정말 강하다. 밑바닥부터 고생해온 선수들도 많고 그래서 자리를 지킬 줄도 안다. 우승 반지를 끼고 자랑스럽게 해외에 진출하고 싶다.
메이저리그 야구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