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이건희
지난 7월 18일 독일의 올림픽 전문 소식지 <슈포르트인테른>은 ‘이건희에 대한 판단이 IOC에게 아주 신랄한 테스트가 될 것(The judgement against Kun-hee Lee can became the acid test for the IOC)’이라고 보도했다. 삼성특검을 거쳐 이건희 전 회장이 1심에서 실형(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자 이에 대한 분석 기사를 실은 것이다. <슈포르트인테른>은 이 기사에서 “올림픽 헌장을 엄격히 적용하면 이건희 회장은 IOC 위원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최소한 자격정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지는 2004년 1월 김운용 전 IOC 위원이 구속되자마자, 즉 기소도 되기 전에 IOC 윤리위원회가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선례를 거론하면서도 삼성이 올림픽의 최대 스폰서 중 하나라는 특수상황도 지적했다.
그러나 IOC는 8월 초 베이징에서 열린 집행위원회 때 ‘이건희 회장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IOC가 11월 하순(날짜 미정)으로 예정돼 있는 윤리위원회에서도 이건희 IOC 위원에 대해 또다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크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유일한 IOC 위원인 그의 거취가 한국 체육계에 미칠 영향도 엄청나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지원 파문 문대성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 열린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1등으로 당선된 문대성 IOC 선수위원은 최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도 없는 일로 이미지를 크게 구겼다. 지난 10월 6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의 말 한마디가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킨 것. 즉 ‘문체부가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 강화를 위해 문대성 동아대 교수에게 IOC 선수위원 출마 명목으로 2억 원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유 장관은 사전에 비보도 요청도 하지 않은 채 인터넷으로 생중계까지 되는 자리에서 이렇게 공식적으로 ‘지원’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문대성이 선수위원이 된 것은 정부의 힘’이라고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심지어 “대통령이 직접 문대성 교수를 IOC 위원으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2억 원 때문이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유 장관은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앞서 8월 올림픽 후 열린 청와대 만찬에서 유인촌 장관은 문대성 위원에게 “대통령께서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말해 문제가 된 것까지 다 알려졌다.
IOC는 선수위원 선거에 해당국가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설사 간접지원을 했다고 해도 이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야 하는 것이다. 이는 문체부도 잘 알고 있다. 유 장관의 발언 이후 문체부 한 관계자는 국감에 참석했던 기자들에게 “이번 일이 보도되면 문대성 씨의 IOC 선수위원 자격이 박탈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국익 차원에서 언론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뒤늦게 ‘아차’ 싶었던 문체부는 이날 국내 언론을 상대로 엠바고를 요구하느라 진땀을 뺐다. 한 신문은 이에 대해 ‘문대성 기사 쓰면 매국노 기자?’라는 타이틀로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언론 대부분은 기사화하지 않았다. 이제 공은 IOC로 넘어갔다. 문대성 지원을 당사자인 한국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까닭에 반박할 증거도 필요 없다. 문제는 IOC가 이를 문제 삼느냐, 모른 척 넘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부활 움직임 김운용
오는 11월 IOC 윤리위원회에서 김운용 전 IOC 위원의 복직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이미 확정된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한 IOC 관계자는 “김운용 전 IOC 수석부위원장이 (이전 한국정부의) 강압에 의해 사퇴서를 제출했다는 것을 IOC 내부는 잘 알고 있다. 부당한 압력에 의한 자진사퇴는 국제법상으로도 원칙적으로 무효다. 임기가 남아 있는 만큼 복직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운용 전 IOC 위원 측은 “IOC 내부 규정 상 자세한 사항은 밝힐 수 없다. 다만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실제로 IOC 내부에서 ‘김운용 컴백’에 대한 분위기는 크게 확산돼 있다.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마란치 명예 IOC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공개적으로 과거 한국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면서 김운용 복권을 축하했고, IOC 컴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한국을 방문한 많은 IOC 위원들이 ‘닥터 김의 부활’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김운용 전 위원의 IOC 복직에 대한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부산하계올림픽, 광주 하계U대회 등 굵직한 유치 과제가 눈앞에 있고, 또 태권도가 올림픽종목에서 빠질 위기에 처한 까닭에 더욱 그렇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다수의 태권도 해외사범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김운용 전 위원의 복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작성해 IOC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