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김성근 감독. | ||
일단 전력상으론 SK가 우세라는 평가가 많다. 방송사 해설위원과 재야 야구인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대부분 4승2패 이내에서 SK가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모든 예상이 항상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삼성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때만 해도 대부분 롯데 우세를 점쳤지만 삼성이 3연승으로 깨끗하게 승리했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선 약점을 감추는 게 중요하다. 약점은 드러내지 않고 강점이 십분 발휘돼야 우승에 다가갈 수 있다.
정규시즌 2위 신분인 두산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선발진 전력이 약하다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플레이오프 6경기 가운데 두산 선발투수가 5이닝을 채운 사례는 단 두 번. 3차전에서 이혜천이 5이닝 2실점, 5차전에서 랜들이 5⅓이닝 2실점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근본적인 문제였다. 두산은 올 정규시즌에서 선발진에 10승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랜들이 9승을 거둔 게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 이재우가 유일하게 11승을 올렸는데, 그는 불펜투수다. 강력한 1선발이 있으면 1차전-4차전-7차전에 붙박이로 들어설 수 있다. 반면 SK에는 10승 투수가 두 명이다. 에이스 김광현은 올해 16승으로 다승왕 타이틀을 따낸 대표 투수. 게다가 채병용도 10승으로 뒤를 받쳤다. 이들 두 투수가 선발진의 든든한 기둥이 될 것이기 때문에 불펜 전력은 나머지 경기에 전력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두산은 플레이오프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전력이 낱낱이 노출됐다는 약점이 있다. SK쪽에선 이미 4~5명으로 구성된 전력분석팀을 플레이오프 내내 가동했다. 두산 선수들의 주루 플레이 특징, 사인 체계, 투수들의 습관과 관련된 데이터가 모두 수집됐다. 이 같은 데이터를 분석한 뒤 리포트와 비디오 자료를 통해 SK 선수들은 학습이 가능해진다. 반면, 두산은 SK가 경기가 없었기 때문에 정규시즌 때의 올드 데이터만 분석할 수 있다.
▲ 두산 김경문 감독. | ||
또 하나 SK의 아킬레스건은 포수 박경완이다. 박경완은 투수 리드와 볼 배합에 있어 8개 구단 최고 포수로 평가받고 있다. SK의 젊은 투수들이 최근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둔 것도 박경완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박경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혹여 부상이라도 당할 경우엔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양팀간 감정싸움이 극에 달했을 때 두산 쪽에서 “만약 우리 투수가 박경완을 일부러 맞히기라도 한다면 어쩔려고 그러느냐”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쨌든, 흥미로운 한국시리즈가 될 것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같은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맞붙는 건 세 번째다. 해태가 86, 87년에 삼성을 상대로 모두 이겼고, 또다시 해태가 88, 89년에 빙그레를 잇달아 격파했다. SK가 기록을 지키느냐, 두산이 첫 사례가 되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