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천. 사진=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올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이혜천은 현재로선 일본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다. 140㎞대 직구를 갖춘 왼손투수라는 희소성에 독특한 투구폼으로 타자들을 현혹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일본 구단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았다. 좋은 왼손투수를 구하느라 혈안이 돼있는 일본 구단들에게 이혜천은 매력적인 카드임이 분명하다.
지난해 겨울 삼성 소속이었던 임창용이 야쿠르트와 전격적으로 입단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 임창용의 일본행을 성사시킨 인물은 바로 에이전트 박유현 씨. K-1 파이터 최홍만의 에이전트이기도 한 박유현 씨는 일본내 프로야구단과 두루 연줄이 닿아있는 막후 실력자 중 한 명이다. 이혜천도 일본 진출을 모색하면서 박유현 씨를 파트너로 택했다. 쉽지 않아보였던 임창용의 일본 진출을 성사시킨 경력이 있는 만큼 이혜천의 경우에도 이미 작업이 끝나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유현 씨는 지난 한국시리즈 때 잠실구장을 방문, “이혜천을 원하는 일본 구단이 다섯 팀 있었는데 지금은 세 팀으로 추려진 상태”라고 밝혔다. 결국 손길을 뻗치는 구단은 충분히 있으므로 구체적인 몸값과 조건에 따라 팀을 고르는 일만 남았다는 얘기. 한때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이혜천을 지켜봤다.
김동주는 실은 지난해 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해외진출 문제가 난항을 겪자 일단 두산과 1년간 9억 원짜리 계약을 한 뒤 ‘일본 진출시 풀어준다’는 조항을 넣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으니 김동주는 사실상의 FA 신분으로 다시 한 번 일본 진출을 추진 중이다.
▲ 김동주.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런데 김동주 케이스는 결말이 나기 전까지는 섣부른 전망이 어렵다. 지난해에도 이처럼 일본 구단의 ‘러브콜’이 쏟아진다는 외신 보도가 줄을 이었다. 일본 진출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결국엔 실패했다. 몸값 조건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일본 구단의 김동주에 대한 열의가 실제로는 대단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한 번 세일즈에 나섰다가 실패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신뿐만 아니라 오릭스, 요코하마, 야쿠르트 등도 김동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동주 본인의 일본 진출 의지가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첫해 몸값에 대한 기대치만 낮춘다면 지난해와 같은 실패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SK 이진영도 FA로 풀린다. 외야와 1루가 모두 가능한데다 만 28세로 아직 젊다는 조건 덕분에 올해 FA 시장에서 ‘대어’로 분류되고 있다. 몇몇 국내 구단들도 이미 관심을 갖고 이진영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올해 국내 FA 시장은 예전과 달리 한파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 이진영 (왼쪽), 손민한. | ||
롯데 손민한도 해외진출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손민한 역시 이번에 FA가 된다. ‘전국구 에이스’라는 닉네임에, 현재 8개 구단 토종 선발투수 가운데 기량의 안정성이 단연 돋보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관심을 가질 만도 하다.
손민한은 두 가지 노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케이스다. 롯데를 포함해 국내 구단들과 협상을 벌이는 한편, 물밑으로는 일본 구단과도 접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손민한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반응이지만 여러 루트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 사례들을 봤을 때, 이처럼 안팎으로 동시에 협상을 추진할 경우 국내에 남는 쪽으로 결론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대신 국내 시장에서 몸값이 올라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야구 선수로서 처음 대박 찬스를 잡은 손민한으로선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