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국이 2008-2009 프로농구에서 평균 17점을 넣으며 맹활약하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정지원: 출장시간(평균 30여 분)이나 득점(평균 17.8점) 비중을 고려했을 때 완전히 전자랜드의 주전 멤버가 됐네요?
정병국: 포웰, 정영삼, 강병현 등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 수비가 그 쪽으로 몰리면서 저에게 기회가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전 그냥 자신 있게 슛만 시도했을 뿐 다른 건 없어요. 원래 슛은 저의 가장 큰 무기잖아요?
원: 요즘 3점슛, 미들슛 가리지 않고 거의 백발백중이던데 슛 연습은 하루에 어느 정도 하나요?
국: 이번에 숙소 안에 조그만 농구 코트가 만들어져서 언제든지 연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어요. 그래서 지난해보다 더 많이 던질 수 있게 됐죠. 하루에 약 500개 정도 던지는 것 같아요.
원: 정병국 선수는 지난해 그 잘 나가던 ‘연승신화’ 중앙대학교의 멤버였는데 3라운드에 지명되는 설움을 당했어요. 졸업 동기 박상오, 함지훈, 허효진은 이미 일찌감치 지명을 받았는데 한참 뒤로 밀린 정병국 선수는 지명 순위에 대한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어요?
국: 솔직히 말해서 정말 섭섭했어요. 2라운드 초반 정도에는 될 줄 알았거든요. 3라운드까지 넘어갔을 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설움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약이 됐어요. 독하게 마음먹고 훈련하게 된 계기가 됐거든요(웃음).
원: 제가 봐도 정병국 선수의 3라운드 지명은 의외였는데 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국: 제가 대학 때 부상이 좀 잦았잖아요? 최고의 컨디션으로 뛴 경기가 많지 않았고 나중에는 강병현, 박성진(대학가드 랭킹 1위) 등 뛰어난 후배들이 들어오면서 포지션 중복 문제까지 생겼죠. 결국 3, 4학년 때는 남들에게 제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는 약점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원: 사실 개인적으로 지난해에도 정병국 선수에 대한 기대를 크게 했었는데 조금 아쉬웠어요. 생각만큼 슛이 폭발적이지 못했죠?
국: 지난해는 프로 첫 해였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면 너무 떨리고 자신감도 부족했어요. 요즘은 자신감도 꽤 붙었고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어요.
원: 갑자기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가 있나요?
국: 비시즌 때 연습경기를 많이 뛰었어요. 특히 디펜딩 챔피언 원주 동부와 많이 상대했는데 처음엔 힘들었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해법을 터득하게 됐죠. 동부와의 연습경기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원: 아직 프로 2년차면 따라하고 싶은 롤 모델도 있을 것 같은데요.
국: 대구 오리온스의 김승현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최고의 포인트 가드라고 생각해요. 저도 가드지만 주로 슈팅가드를 많이 해 와서 포인트가드로서는 패스나 경기 리딩 능력이 좀 부족하다고 보거든요. 승현이 형 경기를 보면서 ‘저렇게 해야 되는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끼죠. 그런데 실제 몸으로는 잘 안되더라고요(웃음). 머릿속에서는 이해되는데 손발이 안 따라줘요.
원: 전자랜드는 ‘가드왕국’인데요. 베테랑 황성인, 이홍수, 정선규에 신인 강병현까지 가세하면서 포지션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어요. 정병국 선수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는데요?
국: 다른 선수들보다 제가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슛 하나는 제일 낫다고 봐요. 찬스 때 폭발하는 득점력으로 감독님의 믿음을 사고 싶어요. 사실 내색들은 하지 않지만 한 선수가 연습하러 나가면 다들 우르르 연습하러 뒤따라 나가요. 가령 한 선수가 멋진 플레이를 하면 다들 따라하게 되는 등 정말 보이지 않는 경쟁이 불을 뿜고 있어요.
원: 슛에 대한 자신감이 남다른 정병국 선수가 보는 KBL 최고의 슛 도사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국: 일단 SK 문경은, 여자 팀 감독으로 가신 조성원, NBA에 도전중인 방성윤 이렇게 세 분이 생각나네요. 문경은 선수는 수비를 따돌리면서 바로 올라가는 3점슛 능력이 독보적이고요. 조성원 감독은 슛이 가장 빨라요. 슛 자세가 아닌데 던지더라고요. 방성윤 선수는 언제 어디서 슛을 쏠지 모르겠어요. 한마디로 어디서든 슛이 가능한 선수인 것 같아요.
원: 정병국 선수의 플레이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있다면요?
국: 역시 부모님이죠. 특히 아버지는 전 경기를 다 모니터 하세요. 늘 “부담 떨치고 자신감 있게 하라”고 조언해 주세요. 또 여자친구도 관심은 많은데 막상 경기장 와서 보면 떨려서 못 보겠다며 집에서 문자중계를 통해 보고 있어요. 하긴 여자 친구가 오면 저도 부담되긴 마찬가지거든요. 그런데 안 오면 또 서운하고.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와서 보다 갔으면 좋겠어요(웃음).
원: 지난 4년 동안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전자랜드가 올해는 숙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국: 우리 숙소에 가면 복도 정면에 ‘이번에는 일낸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는데 아직 한 번도 일을 못 냈어요. 하지만 올해는 예감이 좋습니다. 최고의 외국인 선수 포웰과 루키 강병현의 가세로 훨씬 팀 분위기가 상승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일을 낼 것 같아요.
시작은 미약했지만 현재 정병국은 거침없는 빠른 행보로 전진하고 있다. 국내 선수의 활약에 목말라 있는 KBL에 새로운 토종 스타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CJ 미디어 아나운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