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C 대표팀 합류와 관련해 논란에 휩싸인 백차승이 귀국 직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배 스포츠서울USA 시애틀 기자 | ||
지난 11월 30일 귀국한 백차승은 현재 부산에서 가족들과 함께 머물며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차승은 지난 12월 5일, 기자와의 이메일을 통해 ‘지금은 그냥 조용히 있고 싶어요. (김인식) 감독님께는 조만간 전화 드릴 예정입니다’라며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편치 못한 심경을 밝혔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백차승의 한 측근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무래도 (백차승의) 대표팀 합류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워낙 한국 여론이 들끓고 있고 선수 자신도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에 들어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는 말로 백차승의 대표팀 합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더욱이 그 측근은 백차승의 국적 변경과 관련해 전후 사정을 알지도 못하고 ‘매국노’ ‘배신자’ ‘성조기를 단 백차승’ 등 죄인으로 몰고가는 여론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편 1998년 일본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최주현 감독(현 남해캠프 총감독)은 당시 백차승이 대만과의 준결승에서 선발 등판했다가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자진 강판한 데 대해 태업을 했다며 상벌위원회에 회부한 것과 관련해 “내 판단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그 일로 차승이가 영구제명까지 당한 데 대해선 나 또한 가슴 아팠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한야구협회 총무로 대표팀을 이끌고 일본에 다녀온 김희련 전무이사는 “이미 10년도 더 된 얘긴데 지금에 와서 시시비비를 가려봤자 뭐 하느냐”면서 “단, 차승이가 조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고만 대답했다.
당시 백차승과 같이 대표팀에 합류했었던 송승준(롯데 자이언츠)은 대만전 선발로 나갔던 백차승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선발로 나간 차승이가 계속해서 팔이 아프다고 말했다. 나중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공을 던질 수 없다며 감독님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내가 중간계투로 나가게 됐다. 다음날 차승이가 (우)용민이 스트레칭하는 걸 도와준다며 그라운드로 나갔는데 그때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다. 더욱이 당시엔 차승이가 시애틀에 입단한다는 소문이 파다해서 코칭스태프와 대표팀 관계자들은 팔을 아끼려고 일부러 공을 안 던졌다고 오해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차승이는 팔꿈치 통증으로 어깨 운동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고 귀국 후에도 공을 거의 던지지 못했다.”
백차승 문제는 국적과 병역 의무와 얽혀 있어 일반인들의 감정선을 자극하기 쉽다. 그래서 백차승도 대중들 앞에 나타나 자신과 관련된 얘기를 꺼내기 어려워한다. 2년 전 백차승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너무나 어렵게 미국에 들어왔다. 한국에 남을 경우 제명된 상태라 공을 던질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미국에 남기로 한 것이다. 난 야구만을 생각했을 뿐이다. 미국이란 큰 무대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고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곳도 이곳이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