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월 2일) 롯데 입단식에서 성흔 씨가 롯데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보니까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어요. 10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데, 그동안 두산 유니폼 입은 모습만 봐 오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성흔 씨를 보니까 낯설기도 하고 실감도 안 나고, 갑자기 복잡한 마음이 되더라구요.
성흔 씨가 롯데와 계약했다는 전화를 걸었을 때, 전 화리랑 비오는 거리를 거닐고 있었어요. 그냥 롯데 관계자들을 만나러만 간 줄 알았다가 덜컥 계약을 했다는 소리에 어찌나 마음이 떨리고 진정이 안 되던지, 화리를 껴안고 마구 눈물을 쏟았던 것 같아요.
성흔 씨,
이번에 부산에 가서 우리가 살 집을 보러 다녔잖아요. 그런데 막상 다녀보니까 더더욱 와 닿지 않는 거예요. 사람들은 제가 살던 고향이고 친정이 있으니까 부산 생활에 대해 만족할 거라고 얘기하지만 전 아직도 두산의 홍성흔에 대해 더 애착을 갖고 있는지 부산의 집 구하기가 생각처럼 신바람이 나진 않더라구요. 그래도 당신의 길이 이렇게 정해진 거라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길 바라요. 워낙 자기 관리 잘하고 사람 잘 챙기는 사람이라 적응하는 데 큰 걱정은 안 하지만 너무 잘 해야 한다는 부담에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내심 걱정이랍니다.
성흔 씨, 작년 겨울 당신의 처절함과 안타까움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그리고 바닥에서 다시 올라오는 당신을 보며, 새삼 당신을 존경하게 됐어요. 당신이 힘들어할까봐 내색도 못하고 혼자 운 적이 많았지만 그때 당신을 보며 내가 참 신랑은 정말 잘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년 시즌에는 잠실구장이 아닌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심히 신문지 응원을 펼치며 ‘부산 갈매기’를 부르고 있겠죠? 야구 선수의 아내가 아닌 야구팬으로서 저 또한 선수 홍성흔을 열심히 응원할 겁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