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호 세계해동검도 연맹 총재. | ||
해동검도는 김정호 총재의 세계해동검도연맹(세계해동)과 나한일 총재의 한국해동검도협회(한국해동)로 구분된다. 현재 양쪽이 모두 정통성을 주장하며 치열한 논쟁을 펼치고 있다. <일요신문>도 1997년 5월 25일 지령 262호 기사에서 이를 크게 다룬 바 있다.
김정호 세계해동 총재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접한 후 바로 해당기자에게 장문의 항의 이메일을 보냈다. 기사의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을 조목조목 따진 내용이었다. 해당기자는 일부 내용을 정정(예컨대 대한해동으로 잘못 표기한 것을 한국해동으로 고침)하기도 했고, 인터뷰 기사의 특성 상 나한일 총재의 주장은 고칠 수 없다며 답변을 통해 양해를 구했다.
<조선일보>에 나온 나한일 총재의 주요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1978년 서초동 검도 도장을 운영하던 때에 최태민 목사가 운동을 하러 나왔고, 이후 1984년 해동검도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2. 또 최 목사는 1984년 <해동검도>라는 책을 출판하는 데 도움을 줬다. 3. 1982년 지인의 연결로 10·26 이후 성북동 자택에 방치돼 있던 박정희 대통령의 유품을 한마음병원(새마음병원의 오기)으로 옮기며 정리했다. 또 2006년 박근혜 전 대표가 신촌에서 테러를 당했을 때 박근혜 경호팀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정호 총재는 △박정희 대통령 유품 정리는 나한일 총재 개인이 한 것이 아니라 해동검도 도장 차원에서 한 이삿짐 정리이며 △최태민 목사는 해동검도의 회원으로 초창기에 큰 도움을 주신 분이지만 해동검도를 작명하지는 않았고 △<해동검법개론>이라는 책도 홍보의 필요상 나한일의 이름만 빌렸을 뿐 실제 저자는 자신과 자신의 이모부가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김 총재에 따르면 최태민 목사는 1983년 초 서초동 해동검도 도장을 처음 개관할 때쯤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키는 160cm가 조금 넘는 정도였고, 인상이 아주 온화하고 언행에 기품이 있었다. 특히 글을 무척 잘 썼는데 글씨는 물론이고 그 내용이 읽는 사람의 감동을 자아내곤 했다.
▲ 해동검도 초창기 회원으로 도장이 어려울 때 큰 도움을 준 고 최태민 목사. | ||
김정호 총재는 “당시 서초동 해동검도 도장 옆에 운전면허 학원이 있었는데, 최태민 목사는 두 군데 모두 회원으로 등록한 것으로 안다. 아마 도청 같은 감시 때문으로 아는데 오전에 일찍 나와 자전거를 운전학원에 세워두고 도장으로 왔다. 그리고 도장에서 어딘지 모르지만 전화통화를 아주 오래하곤 했다. 30분은 보통이고, 1시간이 넘도록 수화기를 잡고 있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김 총재에 따르면 한국전쟁 때 최 목사는 부산에서 사업을 했고, 한 호텔 전체를 빌려 사회 유력인사들에게 빌려주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5·16 군사혁명 때는 노동운동에 헌신해 박정희 대통령과 단독으로 면담을 하기도 했다.
김 총재는 나한일 총재의 박 대통령 유품 정리에 대해서도 또다른 주장을 폈다. 당시 해동검도는 아직 대중화 이전이어서 사범들의 생활이 어려웠다. 이를 본 최태민 목사가 도장 관계자들을 새마음병원의 경비원으로 취직시켜 월급을 받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새마음병원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박근혜 전 대표와 최태민 목사가 주축이 돼 펼친 ‘새마음봉사단’ 활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는 명지대학에 기부(1987년)돼 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일주일에 2, 3회씩 병원에 들렀고, 경비업무를 보던 해동검도 관계자들이 차 문을 열어주고 예우를 하는 등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성북동 집에 있던 박 대통령의 유품을 새마음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해동검도 관계자들이 단순히 짐을 날랐다고 한다. 김정호 총재는 “이게 어떻게 나한일 씨가 방치돼 있던 박 대통령의 유품을 정리한 것인가? 그럼 박근혜 대표님이 그때까지 유품을 방치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정호 총재는 이에 대한 증거로 당시 새마음병원 관리부장으로 적시돼 있는 자신의 명함을 공개했다. 관장이었던 자신이 부장직을 맡아 병원직원으로 돼 있던 해동검도 사범들에게 월급을 나눠줬다고 설명했다.
▲ <조선일보>에 실린 나한일 총재 인터뷰 기사. 오른쪽은 김정호 총재와 새마음병원 관리부장 당시 그의 명함. | ||
끝으로 김정호 총재는 “왜곡된 사실이 알려지고 있으니 가슴이 메어진다. 돌아가신 최태민 목사님이나 유력 정치인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해동검도협회의 오정교 이사를 통해 나한일 총재와의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외국에 있는 까닭에 전화통화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마감 날짜까지 알려주며 직접 얘기를 듣고 확인하고 싶다며 나한일 총재의 회신을 부탁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오 이사는 나한일 총재의 주장이 맞다고만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