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이형과 이런 얘기를 했다. 왜 출전시간에 대한 불만 등을 먼저 표출했냐고. 다른 선수는 참고 있는데 장훈이 형은 못 참은 셈이다. 그냥 있으면 ‘편하게’ 트레이드될 수도 있었는데 괜히 맘고생만 했다. 경제적으로도 손해고….”
2대3 트레이드(서장훈 김태환↔강병현 조우현 정선규)로 서장훈이 전자랜드로 이적했다는 얘기를 들은 서장훈의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 지적에 대해 서장훈은 “원래 내가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잘 참지 못하잖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KCC의 선수 A는 “예전 삼성 때 (서)장훈이 형이 감독과 문제를 일으킬 때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그때는 장훈이 형에게도 문제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팀에 문제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농구 역사에 남을 만한 이번 트레이드는 이렇게 알려져 있다. 시즌 초반 성적이 좋을 때는 문제가 안 됐지만 12월 들어 연패를 거듭하면서 서장훈의 출전시간은 줄어들었고, 서장훈은 조금씩 불만을 표출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14일 모비스전에서 서장훈은 단 4분만 출전하는 ‘수모’를 당했고, 17일 KT&G전은 감기몸살을 구실로 아예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감독과 단장에게 은퇴라는 초강수를 전제로 트레이드를 요구했고,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끝에 결국 감정에 골이 간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전자랜드와 트레이드가 단행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서장훈이 역대 어느 감독과도 사이가 좋은 적이 없었고, 또 출전시간에 대한 서장훈의 욕심이 과하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서장훈 입장에서는 구단 측이 근본적으로 감독의 지도력에 구멍이 난 문제를 ‘서장훈 죽이기’ 형태로 몰아갔다는 불만이 있는 것이다.
말을 아끼고 있는 서장훈은 이와 관련해 “나도 잘 알고 있다. 항상 감독과 문제를 일으키는 몰상식한 선수라는 비난을 듣고 싶지 않다. 팀 상황이 힘들지만, 팀도 성적을 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팀이 나를 이용해 더 좋은 전력을 구축하고, 나도 나를 필요로 하는 팀에서 마음껏 뛰기를 원한 것이다. 허재 감독의 경질이나, 하승진을 내보내라거나, 혹은 내 출전시간만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것이 농구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KCC의 최형길 단장은 “나도 할 말이 많지만 참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선수가 단장에게 와서 트레이드를 요구할 수 있는가? 또 선수가 은퇴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분명한 것은 서장훈과 KCC가 극도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트레이드라는 최종 수순을 밟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서장훈-KCC 결별에는 통상적으로 알려진 감독과의 불화, 서장훈의 항명 외에 허재 감독의 지도력을 둘러싼 복잡한 내부문제가 바탕이 됐다.
‘중앙대 농구의 상징’으로 통하는 허재 감독은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자신이 직접 후계자로 첫손을 꼽았던 강병현을 데려왔다. 여기에 역시 중앙대 출신인 조우현, 그리고 용산고 출신인 정선규를 보강해 KCC의 중앙대 및 용산고 집중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이번 트레이드의 최대 수혜자는 전자랜드다. 전자랜드는 2007년 서장훈이 FA가 됐을 때 ‘국보급센터 영입’에서 KCC와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던 팀이다. KCC보다 오히려 더 많은 연봉을 제시했지만 서장훈이 KCC를 택하자 최희암 감독 등 전자랜드 관계자는 “뒷돈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며 크게 분개하기도 했다. 이것 때문에 사실 서장훈과 감정이 아주 나빠지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전자랜드가 좋은 조건으로 서장훈을 영입했다는 사실이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전자랜드가 큰 이점을 취했다. 골밑이 취약하고, 또 6강 진출이 절체절명의 목표인 전자랜드에게 서장훈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어도 여전히 실전에서 위력적이고 ‘서장훈만 있으면 최소한 6강’이라는 공식이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자랜드는 아주 싼 가격에 원래부터 원했던 서장훈을 얻은 셈이다. 그리고 서장훈은 개인적으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출전시간이 보장된 팀으로 이적했다고 할 수 있다.
최희암 감독은 “(서장훈이)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상처를 잘 달래줄 것이다.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잘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과 서장훈은 10년 만에 한솥밥을 먹게 됐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