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일승 KTF 감독,SK 방성윤,허재 KCC 감독(왼쪽부터 시계방향) | ||
지난 12월 10일 방가(방성윤의 별명)가 돌아왔다. 지난주 <일요신문>이 인터뷰 기사에서 소개했듯이 장지탁 SK사무국장이 미국에서 ‘스토커’ 수준으로 방성윤을 설득한 덕분이었다. ‘한국의 앨런 아이버슨(다득점으로 유명한 NBA 선수)’으로 불릴 정도로 탁월한 득점능력을 갖춘 방성윤의 가세는 하위권을 전전하던 SK를 단번에 돌풍의 팀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12월 9일까지 5승11패였던 SK는 ‘방성윤 효과’ 이후 7경기에서 5승2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다른 팀들에서는 ‘방성윤이 거액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시기어린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팀의 코치는 “모르긴 몰라도 (방성윤이) 적어도 8억 원은 받았을 것이다. ‘선수’들끼리 다 아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농구인도 “당사자들이 부인하겠지만 상식적으로 방성윤의 상황에서 그냥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하면 소가 웃을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도대체 방성윤의 상황이 어떠했기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3년 전 즉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방성윤은 KTF의 지명을 받았다. NBA 진출을 고집하던 방성윤은 KTF와는 도저히 계약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은 까닭에 SK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이때 SK는 방성윤에게 일단 NBA의 꿈을 접고 한국리그에 전념하도록 만들기 위해 특별한 조건을 내걸었다. 즉 ‘계약기간 5년 중 일단 3년만 SK에서 뛰면 그후 NBA 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KBL(한국농구연맹) 규정 상 5년간 방성윤을 독점적으로 보유할 수 있었지만 SK가 큰 인심을 쓴 셈이다. 그리고 3시즌이 지난 후 SK는 선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깔끔하게 방성윤의 미국행을 막지 않은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방성윤이 그냥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방성윤은 지난 3년간 SK로부터 1년에 10억 원씩 30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KBL 10개 구단이 ‘뒷돈 문화를 없애겠다’는 자정결의를 하기 전의 일이다. SK가 사실상 3년 계약을 한 것이고 이번에 사실상의 FA재계약을 한 셈이라는 추측이다.
이에 대해 SK와 방성윤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장지탁 사무국장은 “최근 2년간 KBL의 10개 구단은 자정결의를 아주 잘 지켜오고 있다. 그리고 최근 어려워진 경제상황으로 인해 소문과 같은 거액을 쉽게 지출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SK가 잘되는 것이 배 아파서 하는 소리들”이라고 일축했다.
KTF는 SK와 이동통신 라이벌이다. 프로농구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꼴찌를 하더라도 쟤네(서로를 가리킴)한테만 이기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KTF는 12월 26일 현재 6승17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용병이 시원치 않고, 선수들의 잦은 부상 등 악재가 많은 반면 이렇다 할 강점은 찾기 힘든 실정이다. 여기에 모기업까지 최고경영진의 비리로 뒤숭숭한 까닭에 팀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마침 추일승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1997년 프로화와 함께 ‘지도자 실업자’가 많아진 농구계에서 이를 두고 볼 리가 없다. 한때 프로농구 최고의 감독으로 우뚝 섰던 A 감독이 차기 KTF 감독이 되기 위해 이곳저곳을 ‘찌르고 다닌다’는 소문이 잔뜩 퍼져 있다. KTF 임원 중에 A 감독과 같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많다는 그럴듯한 근거까지 나돌고 있다. 모기업이 튼튼하고, 조금만 손을 대도 6위 이상의 성적은 쉽게 낼 수 있는 KTF 감독은 ‘야인(野人)’들이 가장 탐내는 자리다. A 감독은 올시즌 현직에서 물러난 후 모 여자프로농구팀 감독으로 내정됐다가 불발이 된 후 ‘컴백’에 대한 기대치가 가장 높은 인물이기도 하다.
‘KTF 흔들기’의 압권은 은연 중에 소문이 퍼지고 있고 ‘추일승 감독의 여자 문제가 복잡하다’는 루머다. 특히 얼마 전 부산의 한 중년여성이 몇몇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추일승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 하소연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갖은 억측을 낳게 했다. 하지만 내용은 ‘해프닝’에 가까웠다. 이 여성은 추 감독과 동창생으로 동문회에서 만난 사이이고, 일방적으로 애정표현을 해와 추 감독이 곤란을 겪은 것이다. 추 감독은 이런 사실을 구단에 알릴 정도로 당당하게 대처했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판명났다.
KTF 관계자는 “원래 성적이 나쁘면 말이 많은데 여자문제는 좀 심하다. <일요신문>이 기사화했듯이 여자농구의 김태일 전 금호생명 감독처럼 ‘소문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