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Mnet Km Music Festival에서 시상자로 참석한 배우 홍수아. 연합뉴스 | ||
술잔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김현수의 익살스러운 장난은 계속됐고 홍수아는 동석한 모든 이를 챙기는 배려를 보여줬다. 당연히 분위기는 술자리 내내 유쾌했다.
“밥 한번 먹자”
인터뷰 당시 술을 잘 마신다는 두산 베어스 홍보팀 조성일 차장의 얘기대로 김현수는 역시 대단한 주량을 선보이며 술자리를 주도했다. 반면 체질상 술을 단 한 잔도 못 마시는 홍수아는 동석한 모든 이를 챙기며 술자리를 꼼꼼히 지원해 나갔다.
술이 한두 잔 들어가면서 김현수는 요즘 팀에서 홍수아 때문에 여간 난처한 게 아니라는 하소연을 털어놨다. 시상식 등의 행사장에서 연이어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르자 친분이 두터울 것이라 생각한 동료 선수들이 “홍수아 씨하고 밥 한번 먹자”는 부탁을 자주 한다고. 김현수는 홍수아의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항변했지만 그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는 것. 실제로 두 사람은 저녁 식사 후에야 서로의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여기서 홍수아의 소속사 이정훈 이사는 두산 선수들에게 한 가지 팁을 건넸다. 홍수아와 밥 한번 먹고 싶은 두산 선수들은 김현수가 아닌 고영민에게 부탁하라는 것. 홍수아의 놀라운 시구 실력 뒤에는 야구 선수 출신 현장 매니저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이 현장 매니저가 고영민과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김현수는 홍수아 때문에 괴롭기만 했을까. 술자리 도중 그는 문득 두산 홍보팀 조 차장에게 홍수아와의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알고 보니 그는 이미 행사장에서 홍수아와 함께 찍은 사진을 노트북 배경화면 사진으로 깔아 놓았다. 그런데 유니폼이 아닌 평상복을 입은 사진으로 배경화면 사진을 바꾸고 싶다며 사진 촬영을 부탁한 것이다.
“여자도 선수 영입 가능”
정식 인터뷰 과정에서도 넘치는 끼를 발휘하며 예능 프로그램 마니아임을 밝혔던 김현수는 술자리에서 더욱 빛나는 말솜씨와 재치로 좌중을 압도했다. 넘치는 예능 감각에 감격한 홍수아 소속사의 이 이사는 농담 삼아 연예계 데뷔 의사를 타진했다. 올림픽 금메달로 병역특례를 받아 3년 동안은 야구선수로 활동해야 하는 만큼 3년 뒤 연예계로 진출하자는 제안을 건넨 것.
물론 농담임을 알고 있었지만 두산 홍보팀 조 차장은 절대로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산의 미래인 김현수가 3년 뒤 팀을 떠난다니,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를 하면 큰 일난다고 펄쩍 뒨 것. 이에 이 이사는 홍수아와의 맞트레이드를 제안했다. 현장 매니저의 지도하에 3년 동안 열심히 훈련하면 두산의 명예 선발투수가 아닌 진짜 선발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은밀한 내용이었다. 조 차장도 솔깃했는지 KBO 규약에 ‘여자는 안 된다’는 내용은 없다며 한술 더 떴다.
▲ 홍수아(왼쪽)와 김현수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현수가 긴장한 까닭은
대화의 소재는 어느새 2008 Mnet KM Music Festival(2008 MKMF) 댄스음악상 시상자로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섰을 당시로 넘어갔다. 그날 홍수아와 처음 대면한 김현수는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을 정도. 놀리듯 그날 긴장한 이유를 묻자 김현수는 태연하게 “그날 수아 누나가 입은 드레스가 너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대기실에선 웃옷을 입고 있어 몰랐는데 무대에 올라갈 즈음 웃옷을 벗자 너무 노출이 심한 의상에 압도당했다고.
그런데 김현수는 오히려 자신이 홍수아의 치명적인 방송 사고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무대 위에서 예정된 관객들에게 공을 던져주는 이벤트. 대기실에서 홍수아는 시구할 때처럼 오버핸드로 공을 던지겠다며 연습했다. 치마를 입고 오버핸드로 공을 던진다는 홍수아를 김현수가 계속 말렸고 결국 홍수아는 무대에서 언더핸드로 가볍게 공을 던졌다.
“대기실에선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드레스가 상당히 파격적이더라. 그 드레스를 입고 오버핸드로 공을 던졌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실제 당일 홍수아의 드레스는 상반신 노출이 강조된 의상. 만약 김현수가 아니었다면 신체 특정부위가 노출되는 최악의 방송사고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이 얘기에 홍수아 소속사 이 이사는 김현수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