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신예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 중 한 명인 김기용 4단. | ||
우선 한국리그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8개 팀 가운데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인 신성건설을 비롯해 3위 월드메르디앙의 월드건설, 5위 울산디아채의 신한종합건설 등 건설회사 팀이 셋인데, 알다시피 건설 쪽 상황이 어려우니 어찌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물론 그들 회사의 전체 홍보비 규모로 볼 때 바둑이 차지하는 금액은 미미하지만 장담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지난해 한국기원 기사회 투표에서 절대 지지를 받았던 프로기전 상금제가 언제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될 것인가와 그게 과연 바둑계가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관심거리다.
50년 동안 시행돼온 대국료 제도가 없어진다는 것은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영약이 될지 독약이 될지. 멋진 개혁의 새바람이 돼 세상의 불경기와 상관없이 프로 바둑계를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프로바둑계의 조로화를 앞당기는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상금제가 프로의 본질에는 가까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바둑의 본질과 프로의 본질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듯한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상금제가 바둑계에도 끌어들이는 것은 아닌지, 실행은 하더라도 조심스럽게 나아갈 일이다.
그런 것과는 별개로 2009년 신예들의 성장과 활약은 기대되는 일이다. 굉장한 실력의 신예가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벅차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강동윤 박정환 강유택 이런 소년들이 눈에 띈다. 강동윤이 이창호-이세돌에 얼마나 접근하느냐, 박정환 강유택, 그리고 더 보태자면 류동완 김승재 윤찬희 같은 청년들이 강동윤만큼 빨리 올라가느냐 하는 것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둑판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여러 화제 가운데 제일 먼저 이창호-이도윤 커플이 보인다. 돌부처가 열한 살 연하 미모의 여대생과 만나고 있다니.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어쨌든 지난해 말 바둑팬들은 이런 새콤달콤한 뉴스가 있어 잠시나마 즐겁고 행복했다. 올해 안에 혹시 결혼한다고 하는 게 아닐까.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이것과는 반대되는 화제로는 억대 바둑판 소송 사건. 화제성으로만 말하자면 지난해 우리 바둑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뉴스였다. 이게 2심까지 재판은 끝난 모양인데, 한국기원에서는 아직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다. 그냥 개인적 견해 차이로 생긴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고 그러는 것인지. 한국기원의 입장은 이해가 되는 면도 있다. 그러나 밝힐 건 밝히고 사과할 건 사과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어 주는 것이 바둑팬에 대한 한국기원의 도리다.
위에서 신예들의 얘기를 하면서 빠트린 사람이 있다. 김기용 4단이다. 김 4단은 지난 12월 19일 SK가스배 신예프로 10걸전에서 우승했다. 김 4단은 이에 앞서 BC카드배 신인왕전에서도 우승, 올 시즌 3개의 신인 타이틀 가운데 2개를 접수하며 최고의 신예로 떠올랐다.
제12기 SK가스배 결승 3번기. 김기용 4단과 박정환 3단의 대결이었다. 박정환은 올 시즌 강유택 2단과 함께 최고의 신예로 각광받았던 천재소년. 박 3단이 이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결과는 김 4단의 2 대 1 승리였다.
요즘은 천재가 많아 김 4단 같은 준재는 재주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면도 있다. 누구나 그 정도는 된다고들 본다. 그렇다면 범재인가.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