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너무 좋아요.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멋진 경기가 될 겁니다.”
태평양을 건너온 김동현의 목소리는 아주 밝았다. 지난 1월 4일 소속팀(부산 팀M.A.D) 코치인 양성훈 관장과 함께 일찌감치 대회 장소로 전지훈련을 떠났는데 모든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현은 먼저 한국 팬들에게 반더레이 실바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당초 한국교포의 도움을 받아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반더레이 실바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을 할 예정이었는데 ‘도끼 살인마’로 유명한 실바(브라질)는 얼굴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전에 미리 연락을 해 놓았지만 정작 체육관으로 찾아가니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실바가 지난해 12월 28일 UFC 92에서 퀸튼 잭슨(미국)에게 처참한 KO패를 당한 후 그 충격으로 휴가를 떠나며 체육관 문에 자물쇠를 채워놓았다는 것이다.
“당혹스러웠어요. 프라이드 시절 그렇게 잘나가던 실바가 미국 UFC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파이터의 세계가 얼마나 험난한지 실감이 났어요. 벌써 미국 경기가 세 번째인데 실바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노력할 겁니다.”
김동현은 대신 역시 격투기 전문 체육관으로 유명한 워리어 트레이닝 센터 등 체육관 두 곳을 추가로 섭외해 하루에 두 군데를 다니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훈련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로밍서비스를 받아 간 한국 휴대폰도 웬만해서는 받지 않고 있고, 미국 연락처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경기는 벌써 세 번째지만 경기를 앞두고 한 달씩이나 전지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앞선 두 차례는 코치도 없이 대회 수일 전에 미국에 도착해 컨디션 조절을 할 여유도 없이 ‘외롭게’ 싸웠던 것이다. 그러니 좋을 만도 하다.
“확실히 선진시스템이 다르더군요. 체력훈련을 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고, 심지어 먹는 것까지도요. 격투기 선수들에게 필요한 영양성분을 고려한 식단이 있어요. 지금은 체중도 85kg으로 최적의 상태예요. 솔직히 한국에서는 좀 마구잡이로 하잖아요(웃음). 그리고 쟁쟁한 선수들을 상대로 스파링을 하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돼요.”
김동현은 첫 미국 전지훈련에 대해 여러 차례 ‘대만족’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뿐 아니라 처음으로 UFC 현장에서 세컨을 맡게 된 양성훈 관장도 “카로 파리시안 선수(미국)가 강하기는 하지만 제가 없을 때 (김)동현이가 모두 이겼는데 이번에 제가 세컨을 보는데 지면 안 되지 않겠어요”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UFC에서 ‘유도 전도사’로 불리며 드류 피켓, 조쉬 버크먼, 초난 료 등 톱랭커들을 상대로 연승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패배는 주로 션 셔크, 조르주 생 피에르, 디에고 산체스, 티아고 알베스 등 일류선수들에게 당했을 뿐이다. 그래서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파리시안은 UFC에서 일류와 이류를 구분짓는 문지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다. 실제로 김동현-파리시안 대결은 10경기 중 7경기(끝에서 네 번째)에 배정될 만큼 UFC 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파리시안이 라스베이거스에서 가까운 LA에 캠프를 차리고 맹훈련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파리시안만 이기면 UFC에서 일류 파이터로 인정받는 까닭에 필승전략을 수립하는 데 고심하고 있어요.”
한국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파리시안은 타격도 수준급인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누가 먼저 테이크다운을 성공해 상위포지션을 잡느냐가 승부의 관건이죠. 같은 유도 베이스로 그라운드 기술이 팽팽한 까닭에 의외로 경기가 길어질 수 있어요. 즉 판정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체력훈련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깜짝 이벤트가 공개됐다. 생 피에르에 대한 공개 도전 선언이 바로 그의 숨겨진 카드다. “이날 메인이벤트가 조르주 생 피에르와 BJ 펜(미국)의 웰터급타이틀매치예요. 당연히 생 피에르도 자신의 경기에 앞서 제 경기를 지켜볼 겁니다. 승리를 거둔 후 즉석 인터뷰에서 생 피에르에게 공개 도전을 선언할 겁니다. 이 장면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로 생중계될 수 있도록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김동현은 UFC와 4경기 계약을 한 상태로 이번에 파죽의 3연승을 거둔다면 4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미리 계약연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 김동현의 매니저이자 격투기 해설자로 유명한 천창욱 씨에 따르면 4경기나 혹은 5경기에는 충분히 타이틀매치가 가능하다.
한편 김동현은 등장음악으로 MC몽의 ‘천하무적’을 신청했다고 귀띔했다. 리듬도 좋지만 특히 ‘슈퍼맨이 되겠다던 꼬마아이는 참 힘든 일도 많았지만 홀로 싸워온 오늘 밤도 그 아인 세상과 ON&ON (중략) 이제 천! 하! 무! 적!’이라는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 간혹 UFC가 경기장 분위기를 고려해 선수가 고른 음악을 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떼를 써서라도’ MC몽의 음악을 MGM그랜드가든에 울릴 생각이다. ‘천하무적’으로 등장한 김동현이 화끈한 승리를 따낸 후 ‘웰터급 최강자’ 생 피에르를 가리키며 ‘다음 상대는 너다’라고 외칠 수 있을까. 김동현이 ‘꿈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DREAM COME TRUE’를 준비하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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