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달게 되는 대표 선수들은 피끓는 젊은 시절을 태릉선수촌에서 보내야 한다. 태릉선수촌은 그야말로 ‘밥 먹고, 운동하고, 자고’의 연속이다. 한눈 팔 틈이 없다. 그러나 이처럼 빡빡한 일정도 ‘한창’ 때 선남 선녀들의 짜릿한 눈빛을 막지는 못한다. 혹자는 “불암산의 기세가 양기와 음기를 유독 잘 맺어주는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유독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태릉에서 나라에 봉사하는 동시에 사랑도 쟁취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가장 최근에 맺어진 ‘태릉 커플’은 박경모와 박성현 부부. 베이징올림픽에서 나란히 양궁 남녀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신궁 한국’의 힘을 과시한 이들은 베이징 현지에서 교제 중임을 시인하는 깜짝쇼를 벌였다. 대표팀에서만 수년째 서로를 봐 온 이들은 7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서로를 평생의 반려자로 선택했다.
또한 ‘우생순’의 실제 모델인 여자 핸드볼대표팀의 골키퍼 오영란(37)은 네 살 연하의 강일구(33)와 태릉에서 눈이 맞았다. 어린 시절부터 코트에서 자주 만나던 두 사람은 시드니올림픽이 열린 2000년 연애를 시작했고 2년 뒤 결혼했다.
이밖에도 배드민턴에는 김중수 감독과 정명희 전 코치가 부부 사이인데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배드민턴 혼합복식조로 연거푸 출전하면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2005년 2월 결혼한 김동문-라경민 부부도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미정과 같은 대회 남자 유도 동메달리스트 김병주는 1994년에 백년가약을 맺었고,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탁구 금메달리스트 김택수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양궁 금메달리스트 김조순도 태릉이 맺어준 스포츠 스타부부로 유명하다.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에서 투혼을 발휘한 이배영은 같은 역도 선수 출신인 시선희와 결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끌었고, 여자 펜싱 은메달리스트 남현희도 같은 펜싱 남자 국가대표 원우영과 현재 교제 중이다.
허재원 한국일보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