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따지고 보면 좀 어색하다. 박세리 최나연 등의 골프스타를 매지니먼트하고 있는 세마스포츠는 아직 1년이 넘도록 박세리의 메인스폰서 작업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골프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신지애가 세마스포츠를 택했다는 것은 다소 놀랍기 때문이다.
신지애 측은 세마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골프마케팅의 노하우, 그리고 골프는 물론이고 빙상 체조 테니스 등 끊임없이 스포츠계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진취적인 사업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박세리 후원계약과 관련해서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걸맞은 대우를 받을 때까지는 서브스폰서 계약 등으로 선수를 배려하는 좋은 모습으로 이해했다는 것. 신지애의 부친 신재섭 씨는 “미LPGA 대회를 직접 개최하는 세마스포츠가 이제 세계무대로 나서는 신지애에게 적합한 매니지먼트회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지애의 세마스포츠 이적은 사실 1월 초부터 시작됐다. 1월 4일 신지애가 호주로 떠나기 전에 이미 원칙적인 합의를 봤고, 1월 10일부터 티골프와의 관계 청산에 들어갔다. 최종 결단은 신재섭 씨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환 대표는 “세계적인 선수를 영입하게 돼 정말 영광으로 생각한다. 솔직히 누가 누구를 키우는 것인지 모를 정도다. 세마스포츠가 신지애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신지애가 세마스포츠를 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세마스포츠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2~3군데에 신지애 스폰서계약을 요청하고 그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 대표는 “신지애는 어떤 기록을 세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워낙 경제가 어려운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좋은 동반자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신지애가 무적선수로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가능한 오는 2월 중순 미LPGA투어가 스타트하기 직전까지 스폰서 영입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티골프와의 결별에 대해서도 “하이마트와의 재계약 불발, 그리고 이어지는 새 스폰서 영입작업 난항 등으로 신지애 측이 티골프에 서운했던 것으로 안다. 헤어진 만큼 갈등도 있었겠지만 이런 것은 묻어두고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마스포츠의 기원(세마는 세리마케팅의 준말)이기도 한 박세리는 신지애 영입에 큰 기쁨을 나타냈다. 박세리는 이성환 대표에게 전화를 해 “(농담조로) 더 이상 다른 애들은 영입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신지애는 왜 받았어요?”라고 기분 좋게 따지기도 했다. 이 대표가 “신지애가 애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하자 박세리는 “그건 맞다. 한솥밥을 먹게 돼 너무 좋다”고 반색했다. 한국골프의 세계화를 이끈 박세리는 2009년부터 미LPGA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신지애가 같은 소속이라는 사실에 크게 고무받았다고 한다. 평소에도 신지애는 박세리를 대선배로 존경하면서 절친하게 지낸다.
현재 박세리도 신지애와 마찬가지로 메인스폰서를 구하고 있다. 신구 골프여왕이 한 기업의 로고를 달고 뛸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성환 대표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겠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