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6일 일본 도쿄의 메이지신사에서 다카미사카리와 몽골 출신의 요코즈나 아사쇼류(오른쪽)가 신년 축하의식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
지난 1월 26일 아사쇼류(朝靑龍·28)가 23번째 우승을 거두며 스모계에 완전히 복귀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침체되어 있던 스모계도 다시 살아났다.
이번 시즌의 스모 경기 평균 시청률은 18.2%로 금세기 들어 최고를 기록했다. 결승결정전의 순간 시청률은 36.7%까지 올랐다. 스모의 전성시대였던 70~90년대의 40~50%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온갖 스캔들과 불상사로 스모의 인기가 바닥까지 떨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아사쇼류 효과’는 엄청났다.
아사쇼류의 우승은 본인의 인기 회복은 물론이고 언론의 관심을 다시 스모계로 돌리는 데도 한몫했다.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밤새 술을 마신 아사쇼류는 숙취 때문에 다음날 아침 기자회견에 한 시간 반이나 늦었지만 50명이 넘는 기자들 중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인기가 여전하다고 해서 그동안 박힌 ‘미운 털’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컨디션을 핑계로 경기를 쉬는 도중에 TV 광고에 출연하는가 하면 국기관(스모 경기장) 바로 앞에 떡하니 자신의 이름을 건 음식점을 오픈하는 등 여전히 제멋대로 행동해서 스모협회의 비난을 받았다.
사실 이번 시즌에도 아사쇼류가 보인 행동은 여러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아사쇼류는 승패가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우승했을 때 격렬한 승리의 포즈를 취하는 등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였다.
스모협회의 일부 간부들은 “요코즈나로서 행실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요코즈나 심의위원회에서는 “(승리 포즈를 제외하면) 그런 공격적인 면이 아사쇼류의 강점이며 매력”이라고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아사쇼류를 따끔하게 혼내야한다고 벼르던 스모협회도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보다시피 아사쇼류의 존재감은 부정할 수 없다”며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내린 상태다.
아사쇼류 본인에게도 이번 시즌 우승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지난 세 시즌을 연달아 쉬고 오랜만에 복귀하는 자리인 만큼 부담감도 컸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 한 결과 다섯 시즌 만에 다시 차지한 우승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요코즈나로 고향 몽골에서는 재벌 사업가로 젊은 나이에 부와 명성을 거머쥔 아사쇼류의 야망은 아직도 끝이 없는 듯하다.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아사쇼류가 장래에 몽골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뜻을 품고 있다고 한다.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가깝게 지내던 도코야마(스모 선수들의 머리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몽골에서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는 것. “일단 일본 국적을 취득하고 스모 지도자로서 경력을 쌓은 후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주위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아사쇼류는 대통령 출마를 위해 몽골 국적을 유지할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현재 그의 계획은 30세까지 현역 스모 선수로 활동하다가 빠르면 2012년 몽골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대통령이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래의 유권자들에 대한 어필인지 아사쇼류는 이번 우승 기자회견에서 몽골어로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인사를 했다. 경기장에 찾아온 몽골인 팬들과 함께 모국에서 TV를 보고 있을 몽골 국민들에 대한 배려였다.
아사쇼류가 정계 진출을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친형인 스미야바자르(34)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2일 아사쇼류의 친형이자 격투기 선수 출신인 스미야바자르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실시된 시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이 소식을 들은 아사쇼류는 “나도 선거에 나가볼까”라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혹시 10여 년 후에는 몽골의 대통령이 된 전직 요코즈나 아사쇼류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