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카이바둑방송이 합정동으로 이전한 뒤 첫 방송분으로 촬영한 박카스배 천원전 이세돌(왼쪽)과 강동윤의 결승 대국. | ||
오로미디어는 월간지 <바둑세계>와 주간지 <바둑신문>을 발행하고 있고 바둑 관련 단행본 등도 출간하고 있다. 해외 바둑보급에 관심을 갖고 영문 바둑책도 여러 종 펴냈다. 유럽 쪽에서는 그런대로 시장도 개척했고 이름도 알려져 있다. 인터넷 바둑사이트로 잘 알려져 있는 사이버오로와는 다른 회사다.
오로미디어는 영등포 쪽에서 양화대교를 건너 왼쪽에 있고 스카이바둑은 오른쪽에 있다. 두 곳 모두 합정역에서 찾으면 쉽게 갈 수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다세대빌라의 절반을 쓰는 스카이바둑방송 사무실은 여의도 잠사회관 시절과 비교하면 스튜디오로 개조한 방이 좀 좁고 천장이 낮아 옹색하지만 가용 공간은 더 많아졌다.
2월 4일 이사 후 첫 프로그램 방송이 있었다. 제13기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 5번기 제4국. 주인공은 이세돌 9단과 강동윤 9단. 이 9단이 2승 1패로 앞서 있어 이 판으로 타이틀이 결정될 수도 있었다. 주최사인 스포츠조선, 후원사인 동아제약 관계자들과 바둑기자들이 새 집을 찾았다. 바둑은 예상을 깨고 강동윤 9단이 이겨 2 대 2 동률이 됐다. 한편, 6일 최종국에서 강동윤 9단이 이세돌 9단에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성적 3대 2로 새로운 천원으로 등극했다.
합정 전철역 부근이 바둑타운이 될 것 같다. 아니, 이곳을 바둑타운으로 한 번 만들어 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바둑 관련 단체나 회사도 꽤 많은데 이제 겨우 스카이바둑과 오로미디어가 가까운 동네에 모였다고 해서 바둑타운 운운 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시작은 어렵고 미약한 것.
한국기원-사이버오로의 <월간바둑>과 오로미디어의 <바둑세계>를 비교하면 <월간바둑>이, 바둑TV와 스카이바둑을 비교하면 바둑TV가 큰형인데 어쩌면 합정동이 한국기원의 홍익동이나 사이버오로의 충무로, 바둑TV의 분당을 제치고 바둑타운으로 재개발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바둑 관계자들은 이세돌-강동윤의 박카스배 천원전 최종국이 있었던 2월 6일 스카이바둑방송국 뒤뜰에서 ‘합정동 바둑타운 조성 발기식’을 가졌다.
그런데 바둑타운 얘기에 왜 모두들 그렇게 즉각 공감했을까. 바둑 동네 사람들은 아직도 한국기원의 관철동 시절을 잊지 못하고 있다. 관철동 회관 준공이 1968년, 관철동에서 지금의 홍익동으로 이사한 것이 1994년.
관철동 시대는 약 4반세기의 세월이었다. 맨 앞에 조남철이 있었고 김인 하찬석 조훈현 서봉수 조치훈 유창혁을 거쳐 맨 뒤에 이창호가 있었다. 그들이 한국 바둑을 일으키고 일본을 넘고 중국을 넘어 세계제일로 달렸고, 바둑 동네 사람들은 관철동에 모여 떠들고 마셨다. 돈들은 많지 않았지만 넉넉했고 흥겨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문화인 것을. 홍익동으로 가면서 관철동 시절은 한국 바둑의 전설이 되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