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형편이 어렵다보니까 김현정과 어머니 전윤숙 씨는 의상부터 안무, 음악까지 모든 부분을 자급자족한다. 먼저 연기에 가장 중요한 안무는 전지훈련 중에 현지의 개인 코치로부터 받은 안무를 머리에 익혀 한국에 돌아와서 김현정과 어머니가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 보통 외국의 유명 안무가로부터 직접 안무 지도를 받을 경우 약 1000만 원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돈이 없는 김현정으로선 직접 안무를 짜내는 방법밖에 대안이 없는 것.
“엄마랑 어렸을 때부터 수백 개의 비디오를 보며 외국 선수들의 안무를 머리에 각인시켜놨었어요. 그 시청 효과가 굉장히 큰 것 같아요. 이번에 4대륙 대회에서 선보인 안무도 훈련 때 레슨 받은 것을 제가 다시 짠 거예요.”
전 씨는 김현정이 종종 주니어 선수들을 위해 직접 안무를 짜서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4대륙 대회 프리스케이팅 때에 선곡한 ‘아리랑 랩소디’는 친언니의 작품. 동생 덕분에 많은 음악을 들으며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언니는 ‘아리랑’의 장엄한 분위기에 경쾌한 음악을 덧입혀 ‘아리랑 랩소디’라는 인상적인 음악을 편곡해냈다.
한복을 개량한 경기복으로 관중들의 열띤 호응과 관심을 끌어냈는데 이 역시 어머니 전 씨의 작품이다. 지금까지 전 씨가 딸을 위해 만든 연습복, 경기복만 해도 100여 벌이 넘는다고. 경기복 하나 만드는데 보통 5일에서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비즈를 일일이 손으로 붙여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전 씨는 딸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는 스타일이다. 만약 딸이 제대로 된 연기를 선보이지 않거나 훈련하는데 집중하지 않으면 매를 들기도 한다고. 김현정은 “어렸을 때 엄마한테 많이 혼나고 맞았어요. 그땐 많이 서운하고 서러웠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엄마를 너무 속상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인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