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서울 63빌딩에서 신지애와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스폰서 계약 체결식이 열렸다. 연간 10억 원, 그리고 인센티브(성적에 따른 보너스) 최대 5억 원(연간) 등 5년간 최대 75억 원에 달하는 그야말로 대박 계약이었다. 예전 박세리가 CJ와 연간 30억 원(인센티브 10억 원 포함, 계약기간 5년)이라는 불멸의 계약을 맺은 바 있지만 최근 세계적인 경제한파를 고려하면 신지애의 ‘75억’은 결코 작지 않은 액수다.
이날 63빌딩에는 두 골프매니지먼트사의 대표가 참석했다. 계약을 이끌어낸 코웰컴의 우찬웅 대표는 호스트격으로 신지애, 그리고 미래에셋 임원들과 함께 연단에서 행사를 이끌었다. 반면 지난 1월 언론을 통해 신지애의 새 매니지먼트사로 알려진 세마스포츠마케팅의 이성환 대표는 행사장 맨 뒤편에서 신지애의 어머니, 두 동생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어떻게 신지애가 동시에 두 매니지먼트사를 거느리게 됐을까. 일단 박세리, 최나연 등을 보유한 세마가 1월 초 신지애의 아버지 신재섭 씨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다. 그런데 이 계약은 당시 페이퍼에 의한 꼼꼼한 내용을 담고 있던 것이 아니라 ‘구두(口頭)’에 의한 것이었다. 세마가 2월 미LPGA 개막전인 SBS오픈(하와이) 전까지 신지애의 메인스폰서를 구했다면 문제가 될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여러 업체에 제안서를 보냈지만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던 사이 신문광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우찬웅 대표는 미래에셋으로부터 신지애 후원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매니지먼트는 무조건 선수를 위해야 한다. 코웰컴에서 신지애를 후원할 수 있는 기업을 구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아버님(신재섭 씨)께 한번 (코웰컴으로) 가 보시라고 했다. 그래서 코웰컴과 접촉했는데 정말 코웰컴이 미래에셋이라는 훌륭한 스폰서를 구한 것이다. 선수가 좋은 조건의 스폰서를 구했는데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솔직히 세마가 타이틀스폰서 영입에서는 완패한 셈이다.” 세마 이성환 대표의 설명이다.
▲ 75억 대박계약 2월 17일 63빌딩에서 신지애와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스폰서 계약 체결식이 열렸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일단 외양상으로는 모양새가 좋다. 두 매니지먼트 회사가 각자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신지애를 도우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향후 불협화음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코웰컴 측은 엄청난 액수를 후원하는 미래에셋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세마로부터 신지애와 관련된 각종 사안에 대해 ‘보고받기’를 원한다. 세마가 자율적으로 신지애를 위해 마음껏 일을 하되 메인스폰서와의 관계를 위해 모든 내용을 알아야겠다는 것이다. “세마가 오버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반면 세마는 메인스폰서 영입에서의 패배는 깨끗이 인정하지만 나머지 부문에서는 여전히 매니지먼트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성환 대표는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신지애는 서브스폰서, 일정관리, CF출연 등 메인스폰서 외에도 할 일이 많다. 신지애의 매니지먼트사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두 매니지먼트사 대표의 관계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간 제주도에서 열린 미LPGA ‘나인브릿지클래식’은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대회였다. 처음 이 대회가 만들어질 때 우찬웅 대표는 이 대회의 주최사인 스포츠투데이 신문사의 광고국장이었고, 이성환 대표는 마케팅부의 특별 직원으로 일을 했다. 이후 세마를 만든 이성환 대표가 이 대회의 운영을 맡았지만 이듬해에는 우찬웅 씨와 헤어지면서 다른 업체에게 내줬다. 나중에는 퇴사한 우찬웅 대표가 관여한 업체가 세마를 제치고 대행권을 얻는 등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어찌보면 상호협력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양측이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해석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향후 어떤 식으로든 불협화음이 생길 소지가 지뢰밭처럼 널려 있는 셈이다.
코웰컴과 세마는 서로 너무 잘 알지만 그렇다고 관계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신지애라는 ‘대박상품’을 두고 벌이는 골프업계 라이벌의 치열한 전쟁은 어쩌면 이번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관전평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