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배에서 환호했던 이세돌 9단이 며칠 만에 뜨거운 분루를 삼킨 LG배 결승 2국. 이세돌이 흑이다.
<1도> 좌중앙은 흑의 바다. 자그마치 60집이 넘어 보인다. 흑이 덤을 주고도 조금 여유가 있는 형국.
흑1, 백 대마에게 살아가라고 하면서 이곳에 생길 수 있었던 백집을 지우는 끝내기. 백2, 연결을 확인하는 수순. 여기서 흑A로 막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수인데, 흑3으로 손이 돌아갔다. 백B로 받아 주면 자체로 활용이니까. 흑3이 있으면 백C로 끼워 끊는 수가 없으니까. 그러나 흑3은 패착이었다.
<2도> 실전진행. 백1, 3으로 끼워 잇고 5로 끊어 버린 것이 간발의 틈을 놓치지 않은 반격이었다.
<3도> 흑1, 3으로 몰고 잇고, 백4에는 내친 걸음 흑7로 뚫고나갔으나 백8로 흑의 자랑이던 중앙도 뚫려 버렸다. 이제 중앙 흑의 바다는 급전직하, 별로 감탄할 것도 없는 호수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대마를 잡으러 가는 길뿐이다.
그런데 이게 잡히겠냐 말이다. 흑도 도처에 약점인데. 백담사의 검토실은 백8에서 역전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4도> 흑1, 3은 선수. 백4를 생략하면 흑이 백4의 왼쪽을 끊고 빠지는 수가 생긴다. 흑5, 여기는 두어야 한다. 백A를 일단 방비해야 하기 때문. 백A를 허락하는 것은 살려 주는 것이니까.
그러나 백6, 8을 보면서 검토실은 백 대마는 이걸로 간단히 완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흑7로 8자리에 느는 것은? 백B 정도로도 흑이 공격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좌하 쪽 흑도 살아 있으므로.
<5도> 다른 길이 없으니 흑3, 5로 끌고 나오지만 백6, 8, 10으로 완생이 확인됐다. 실전은 이후에도 20수쯤 더 진행이 됐으나 상황 종료시점을 찾는 작업이었을 뿐이다.
이세돌 9단이 대마 사냥에 집착해 그만 착시 현상을 일으킨 느낌. ‘구리’가 ‘돌’을 이겼다. 이 9단의 패배가 충격적이라고는 하지만 이세돌은 이길 때도 ‘충격적으로’ 이기는 세계 최고수. 개성이 강해 바둑과 생활에 돌출적 부분이 있고 기복이 없지 않지만 대신 회복도 빠른 매력적인 청년이다. 크게 걱정할 건 없다.
그리고 구리 9단은 앞으로 더 주의해야 할 것이다. 가능하면 이세돌 9단을 만나지 않은 것이 좋을 거다. 벼르고 있을 테니까.^^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