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창치배 결승 1, 2국의 주요 장면을 감상한다. 잉창치배는 덤이 8점. 우리 식으로 하면 7집반이다. 덤이 커서 백을 선호한다.
<1도>는 1국의 초반. 최 9단이 흑이다. 흑1로 밑붙여 활용하고 3으로 활짝 날개를 펴는 순간이다. 일단 화사하다. 덤을 의식해 보폭을 넓힌 것이라는 느낌도 든다는 것이 검토실의 논평이었다. 백4로 즉각 삭감 정찰에 나선 것은 검토실에서도 제일감이라고 지목했던 수.
<2도> 실전진행. 흑1로 받아 주는 것은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백의 정찰기를 요격하는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도리가 없다. 백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 손을 빼 좌상귀 쪽에 2로 울타리를 하나 쳐 놓은 후 다시 우하귀로 달려가 4, 6, 8로 자리를 잡는다. 여기서 검토실은 때 이르게 슬며시 백의 손을 들어 주었다. 우변 흑 모양이 지워졌다는 것. 그래서 백이 좀 편하게 판을 꾸려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또 흑의 입장에선 백A가 아주 신경이 쓰인다는 것. 뭔가 화근이 될 것 같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도 나중에 그게 현실이 되었다.
흑▲는 화려했지만 허했던 것. 역시 B의 한 칸이 견실했고 정수였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흑C의 활용이 하나 더 남아 있기도 하니까. 이 바둑은 결국 이 9단이 이겼다.
[결승1국] <흑> 이창호 9단 <백> 최철한 9단
<3도>는 2국의 중반. 이 9단이 흑이다. 우상귀에 시한폭탄이 있다. 흑A로 결정하면 백B로 따내야 하는데, 그래서 패. 그 결정을 잠시 보류하고 흑은 1로 상변을 키웠고 백은 2로 젖혀 좌변을 깎았다. 보통은 흑C로 늘어 두는 곳인데, 이 9단은 C로 응수하지 않았다. 응수할 기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백D로 젖혀 잇는 것 자체가 큰 데다가 백E 같은 수가 여전히 기분 나쁘게 남아 있다고 본 것인 듯.
<4도> 실전진행. 흑1로 빠졌다. 그러나 백2 한 방이 일단 아프다. 백4에는 여기서도 흑B가 보통인데, 흑은 다시 5로 끼워 싸우러 갔다. 검토실은 이 9단이 오늘은 덤의 부담 때문인지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5도> 흑이 초반에 여러 수 공을 들인 좌변이 백1로 완전히 망가졌다. 흑은 2에서 4로 여길 끊는 수를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전투의 규모를 키우는 작전. 이게 우상귀 패싸움이 시작될 경우 팻감 마련의 뜻도 있는 것이니까.
백13에는 흑14. 얼른 보면 흑의 작전이 일리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백은 A의 엄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게 보기보다 강력했고 흑의 작전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흑은 백1 자리에 지켜 두는 것이 정수였고, 그래서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검토실의 일치된 견해였다. 최 9단이 이겨 타이가 되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