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대구 오리온스 | ||
충격적인 것은 지난해 11월, 그러니까 시즌 초반 김상식 감독이 사퇴를 결심하고, 짐을 싸서 팀을 이탈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에는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구단이 김 감독을 설득해 다시 불러들였다. 이번에도 김 감독은 2월 28일 SK전에서 패한 후 일방적으로 구단에 사퇴를 선언하고 팀을 떠나는 모양새를 보였다.
김상식 감독처럼 2년 계약을 한 경우 첫 시즌 성적이 나빠도 구단은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왜 그 좋은 자리를 김 감독이 툭 하면 박차고 나오는 것일까. 주변에서는 구단 최고위층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심지어 감독에게 직접 모욕적인 언사를 한 것이 원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상식 감독은 “사연은 많지만 팀을 떠난 처지에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앞서 해임돼 현재 분당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정한신 코치도 “구단과 잔여연봉 등을 얘기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발언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오리온스는 2007~2008시즌 도중 이충희 감독(3년 계약)이 물러났다. 자진 사퇴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해임이었고, 잔여연봉 등으로 말이 많았다. 여기에 김진 감독에 앞서 2대 최명룡 감독도 2000~2001시즌 역시 자진사퇴 형식으로 해고된 바 있다. 오리온스는 ‘농구계 지도자들의 무덤’이 된 셈이다.
올시즌 플레이오프 탈락이 사실상 확정된 부산 KTF는 추일승 감독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성적이 부진하자 지난달 말부터 차기 감독 자리에 대한 치열한 물밑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KCC 시절 최고의 감독으로 명성을 떨쳤고, LG 사령탑을 끝으로 처음으로 야인생활에 들어간 신선우 감독이 ‘차기 KTF 감독’으로 유력하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돌았다. 심지어 KT&G에서 시즌 전 갑자기 사퇴한 유도훈 감독이 코치로 동행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나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당초 유력했던 신선우 감독이 빠진 채 유도훈이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영입된다는 소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당사자나 KTF 구단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WKBL에서는 최근 박건연 우리은행 감독이 정규리그가 끝난 후 성적부진으로 해임됐다. 이 자리는 정 아무개 감독이 이미 낙점돼 연봉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현재 시즌을 치르고 있는 팀에서도 감독경질설이 나돌고 있다. WKBL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인천 금호생명(이상윤 감독)도 챔프전 진출에 실패할 경우, 자리보존이 힘들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고, 심지어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도 성적과는 상관없이 구단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구계에 ‘뜨거운 취업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