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하우젠 에어컨 모델로 나선 김연아. | ||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TV 광고는 온통 붉은 옷을 입은 태극전사들이 장식했다. 박지성, 이영표, 홍명보를 필두로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이었던 히딩크 감독까지 광고 모델로 나서며 인기를 톡톡히 누렸다. 그 이후 피겨 요정 김연아와 마린보이 박태환이 등장, 새로운 CF계의 스타가 탄생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거치며 배드민턴의 이용대, 역도의 장미란이 합세했고, 추성훈은 예능프로그램 출연 효과로 다수의 CF모델로 기용, 스포츠 스타의 CF출연 붐이 일었다.
그렇다면 기업광고에 최초로 출연한 스포츠 스타는 누구일까. 모델비를 받거나 정식 제의를 받지는 않았지만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옹이 평화당 주식회사와 모리나가의 지면광고에 출연했고, 1964년 도쿄올림픽 복싱 밴텀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정신조 선수가 ‘장하다 정신조 선수’란 제목으로 호남전기공업주식회사 로켓트 건전지 지면광고에 등장했다. 모두 사진보다는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그린 그림이긴 하지만 스포츠 선수를 내세워 판매율을 높인 최초의 광고들이다.
본격적인 TV광고는 차범근 감독으로부터 시작된다. 1979년 남양요구르트 광고에 등장한 이후 맨88로션 광고를 찍으며 남성화장품 최초 스포츠 선수 모델이 된 것. 특히 ‘건강 골인, 남양 요구르트’라는 카피의 남양유업 광고는 분데스리가 진출을 앞둔 차 감독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반영된 덕에 그 해 중앙광고대상 TV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에 해태 오렌지주스, 베링거인겔하임의 연고, 제일제당의 독일소시지광고, 감기약 ‘복합 아루펜트’ 광고 등을 찍었고, 1997년 국가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을 때 그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매일유업의 요구르트, 서광모드의 보스렌자 양복 광고, 삼성전자 센스 노트북, 한국코카콜라, 기아자동차 등 다양한 광고 모델로 활약했다. 현재도 8년째 국제전화 광고에 출연하고 있으니 가장 장수하는 다작 출연 CF모델인 셈이다.
▲ 김연아의 라끄베르, 국민은행, 매일유업, 아이시스 광고(왼쪽 상단부터) | ||
그런가 하면 1984년 첫 우승한 롯데 선수들은 롯데제과 광고에 단체로 출연하기도 했으며, 올해 초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배우 김아중과 함께 롯데카드 CF를 촬영해 맥을 이었다. 또한 이대호의 부산우유 광고, 지난 시즌 MVP인 SK 김광현은 SK텔레콤의 ‘생각대로 T’ CF 등 각자 연고지 및 모기업과 관련한 CF에 출연하는 일이 빈번하다.
두 번째는 축구다. 차범근 감독으로 시작된 CF행진은 80년대 국내파 축구선수로 활약한 이들에게 이어졌다. 최순호는 제놀 파스광고, 습포제 광고 등에 출연했으며, 그 바통을 이어 ‘야생마’ 김주성이 80년대 후반을 장식했다. 1988년 스포츠-캐주얼 의류 브랜드 하이파이브의 모델을 비롯, 90년에는 대우전자 수퍼비젼프로TV와 탤런트브이VTR 광고에 등장해 “스피드가 기술입니다”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월드컵 대표팀 감독의 타이틀도 모델로서 유명세를 떨쳤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사령탑이었던 김정남 감독은 월드컵 이전에 음료수와 운동복 등 2편의 CF에 나섰는데 아디다스 광고에서 엉뚱하게도 테니스라켓을 잡은 점이 흥미롭다. 2002한일월드컵 이후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삼성카드, 교보생명, 파파존스 피자 등 CF로 국내 광고시장을 장악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도 2006독일월드컵을 앞두고 현대카드, 삼성전자 파브 보르도 TV 등에 출연했다.
차범근 감독의 전성기를 이어 홍명보가 1995년 하이트 맥주 CF를 시작으로 제일은행, 신세계백화점 광고 등에 출연했으며, 2002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홍명보, 안정환, 김남일, 김태영, 이영표, 이운재, 송종국, 이동국, 차두리 등이 CF를 찍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스타는 단연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게토레이 음료, 하이트맥주, 우리금융그룹, LG전자 X캔버스, SK텔레콤, 교보생명, SK건설 등 다수의 광고에 등장하며 스타성을 입증했다.
이외에 허재, 서장훈, 김주성 등 농구선수들을 비롯해 최근에는 골프선수 박세리, 최경주, 신지애 등과 배드민턴, 역도, 격투기 등 다양한 분야의 선수들이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특히 피겨여왕 김연아는 지난해부터 광고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대형 스타다. 박지성과 박태환을 제치고 광고계에서도 여왕으로 등극한 것. 출연한 CF만도 국민은행, 롯데 아이시스, 아이비클럽, LG 디오스 등을 비롯해 11개나 된다.
일례로 하이트 맥주는 박지성을 모델로 썼던 당시 시장 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으며, 2005년 박지성을 기용했던 LG X캔버스 TV 측 역시 2002년~2005년까지 모든 전자제품 광고 중 상위 5%의 광고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그 어떤 수치도 김연아한테는 못 미친다. 지난해 4월,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운 매일유업은 김연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루 8만~8만 5000개의 판매량을 올리던 우유가 1년여 만에 45만~48만 개의 판매량을 나타냈다. 매일유업 홍보팀은 “5~6배가 증가했는데 중간 중간 김연아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판매율이 오른다”며 “얼마 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때는 김연아 선수의 얼굴 쿠폰을 내놨던 대형마트에서 매일유업 우유 전량 품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7년 5월, 샤프란 광고로 시작해 얼마 전 라끄베르 화장품 광고로도 김연아를 내세운 LG생활건강 측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LG생활건강 측은 “라끄베르는 김연아 기용 전보다 매출이 50%가량 증가했다”며 “샤프란은 김연아가 광고한 ‘아로마 시트’만 따로 구분하기 힘든데 전체 매출이 15%정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 외에 현대자동차는 김연아를 후원하는 기업 3곳 중 가장 늦게 출발했지만 계약하자마자 곧바로 엄청난 효과를 누리고 있다. 김연아의 대기복, 훈련복 등에 새겨진 현대자동차의 마크가 각종 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홍보된 것.
2005년부터 김연아를 후원하며 여성제품 및 캠페인 광고에 출연시켜온 나이키 역시 “지금처럼 성장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빙상연맹 추천으로 인연을 맺었는데 운이 좋았다”고 말문을 떼며 “여성제품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데다 온라인을 비롯한 제품 판매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기업과 스포츠 스타들이 서로 ‘윈윈’하며 광고모델로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한 광고 제작자는 “단순히 외모만 완벽한 연예인보다는 일반인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스포츠 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했을 때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 사며 제품 구매 효과로 연결된다”며 “특히 스포츠 선수들이 각 분야에서 선전하며 소비자에게 주는 쾌감이 판매율로 직결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스포츠 선수들의 CF 나들이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