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추신수의 부친(왼쪽)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추신수 부부와 손자를 만나는 모습.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지금 일기를 쓰는 곳은 디트로이트입니다. 내일부터(5월 1일, 현지시간) 디트로이트와 원정 3연전이 펼쳐지거든요. 클리블랜드에서 전세기를 타고 공항에 내리니까 구단에서 미리 준비한 버스가 대기하고 있네요. 숙소로 가는 짧은 시간동안 선수들이 어찌나 시끄럽게 떠드는지…. 그거 아세요? 남자들이 더 수다를 잘 떤다는 걸. 특히 여기 선수들은 말도 많고 웃음도 많고, 뭐 침체된 분위기보단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생활하기엔 더 편하기도 해요.
현재 우리 팀이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8승14패일 걸요? 그래서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 것 같은데 솔직히 전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아요. 이제 겨우 시즌 시작하고 한 달 지났을 뿐이에요. 1위팀하고도 4게임 정도 차이나는 터라 5월 바짝 당겨서 성적을 내면 순위는 금세 뒤집어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지난 번 홈에서 치른 보스턴과의 경기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특히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0회 초 솔로 홈런을 맞아 5-6으로 역전패했을 때는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그 전날 게임에선 3-7로 뒤지다 우전 안타와 상대 실책 등으로 9-8 승리를 거뒀잖아요. 그 경기는 보스턴의 12연승을 저지한 의미있는 경기였죠. 3차전까지 가뿐히 이기고 원정을 떠났다면 여기 디트로이트가 무척 반가운 도시가 됐을 겁니다.
참, 이번 주가 한국의 어버이날이죠?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부모님을 위해 뭔가를 챙겨드린 적이 없어요. 한국에 있을 때도 조화로 만든 카네이션 사서 달아드린 게 최고의 어버이날 선물이었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다 보니 부모님한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단순 무식, 그 자체입니다.
제 외모와 흡사한 아버지는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속이 굉장히 여린 분입니다.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 한없이 약하고, 의리에 죽고 못 사는 사람, 상대가 배신하지 않는다면 결코 먼저 배신하지 않는 분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전 아버지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버지처럼 멋지게 살고 싶었죠.
58년생인 어머니는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외모 덕분에 저랑 같이 외출하는 걸 좋아하세요. 밖에 나가면 저 한번 보고 어머니 한번 쳐다보고선 “누나가 멋쟁이네” “이모랑 조카 사이세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사실 전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기분이 별로 안 좋은데 어머니는 은근히 즐기는 눈치시더라고요.
전화도 자주 드리고, 멋진 선물도 해드리고 싶지만 마음만 앞세울 뿐 이렇게 직업을 핑계로 립 서비스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봅니다.
저한테 남동생이 있는 거 아세요? 뮤지컬 배우 출신인 추신영이라고 해요. <명성황후>에서도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에 TV에서도 동생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곽경택 감독이 만든 영화 <친구>가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잖아요. 그 드라마에서 동생이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 역할로 나온다고 합니다. 사실 지난 번 한국 들어갔을 때 우연히 곽경택 감독님을 뵌 적이 있었어요. 곽 감독님이 부산고 선배시더라고요. 그때 지나가는 말로 동생 좀 잘 부탁드린다고 했었는데 그걸 잊지 않고 기회를 주셨어요. 야구하는 형 때문에 부모님 사랑과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어요. 그래도 나쁜 길로 안 빠지고 자기 일 열심히 하는 동생이 참 멋지고 대견합니다. 지금은 추신수의 동생 추신영이지만 언젠가는 추신영의 형 추신수가 되겠죠? 그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내일부터 시작하는 5월 1일 게임을 3할대의 타율로 진입하는 발판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계획대로 잘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5월 한 달은 월요일도 쉬는 날 없이 ‘빡빡한’ 죽음의 일정들이 계속됩니다. 추신수, 힘내라고 응원 좀 보내주세요^^.
디트로이트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