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 전문 기자 | ||
안녕하세요. 지금 전 보스턴과의 원정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을 나와 공항으로 이동 중입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 보스턴전에서 시즌 두 번째로 선발 출장자 명단에서 제외됐어요. 그런데 와! 벌써부터 말들이 많네요. 왜 출전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좀 전에 한국의 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한다면서요? 제가 빠진 이유를 놓고.
이제부터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어제 시합을 앞두고 갑자기 허벅지 앞쪽에 통증이 느껴졌어요. 경기 직전이라 테이핑을 하고 출전을 강행했는데 신기한 건 몸이 그 지경이었는데도 3안타를 쳐냈다는 사실이죠. 경기 후 계속 물리치료를 받으며 몸 상태를 끌어 올리려고 노력했지만 팀 입장에선 어렵다고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아예 연습도 안 하고 경기장에 출근 도장 찍은 채 사이즈모어랑 편히 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대타라도 나갈까 싶어 유니폼 갖춰 입고 더그아웃을 지켰지만 팀이 지는 바람에 유니폼에 흙 한 번 묻히지 않고 가방을 다시 싸야 했어요.
허벅지 부상이 왜 생겼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훈련이나 경기 도중 순간적으로 힘을 주다가 근육에 이상이 생긴 것도 같아요. 경기에 뛰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는 아니거든요. 그러나 오늘 웨지 감독 입장에선 무리하게 출전시키는 것보다 좀 쉬게끔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그런 걸 보면 메이저리그의 철저한 선수 관리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항상 선수들 몸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는 것은 물론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고 보이면 바로 쉬게 배려해주거든요. 뭐, 클리블랜드의 선수 관리는 이미 WBC 대회 때 실감하셨겠죠? 워낙 유난스럽게 관리를 했으니까요^^.
부상은 모든 선수들에게 결코 반갑지 않은 존재입니다. 저 또한 부상과 수술 등으로 오랜 시간 야구장을 떠나 있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이상이 느껴지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그러나 이번 허벅지 부상은 치료만 잘 하면 계속 경기에 뛸 수 있으니까 그리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지난 주 일기에서 5월을 멋지게 출발하고 싶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5월 초에 치른 경기들이 결코 멋지진 않았어요. 그런데 한국 여론은 너무 조급한 것 같아요. 한두 경기에서 안타가 없거나 출루, 타점조차 못 올리면 단박에 이상한 기사들이 쏟아지더라고요. 물론 지난 번 말씀드린 대로 저와 관련된 기사는 일절 보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친구들과 통화하다보면 한국 미디어의 반응을 금세 느낄 수가 있어요.
저, 괜찮습니다. 한두 경기에서 안타를 때리진 못했지만 경기 감각만큼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거든요. 솔직히 예전 같으면 안타를 치고 못 치고에 따라 제 자신을 심하게 질책하기도 했었어요. ‘뭐가 문제일까?’ ‘왜 쳐내지 못했을까?’ 이런 생각들이 경기 후에도 계속 됐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날 경기는 그날로 잊어버리려고 노력합니다. 잘하든 못하든 오늘 경기는 오늘로 끝이라고 생각해요. 남은 경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전날의 감정을 다음날에도 이어 갈 경우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요.
보스턴 공항에 도착 후 클리블랜드로의 이동을 위해 전용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전용기는 빅리그 선수들의 상징 중 한 부분이죠. 제가 시애틀 매리너스에 몸 담고 있을 당시 시애틀 선수단 전용기는 진짜 ‘빵빵’했어요. 전 좌석이 비즈니스 클래스였거든요. 좌석마다 전기선을 꼽을 수 있는 콘센트가 연결돼 있었고 부대시설도 특급호텔급이었어요. 그런데 클리블랜드 전용기는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클래스로 좌석이 나뉘어 있고 비즈니스는 주로 감독, 코치들이 이용하는 탓에 이코노미를 이용하는 선수들이 ‘조금’ 불편해 하는 부분이 있어요. 뭐, 그래도 메이저리그 선수들만 탈 수 있는 전용 비행기라 마이너리그 경험이 있는 저로선 이코노미 클래스도 감사할 따름이죠.
앞으로 2시간 정도 지나면 전 클리블랜드의 집에 도착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만삭의 와이프가 너무 보고 싶네요. 정말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보스턴에서 추신수